‘뮤지컬은 잘 몰라도 최정원은 안다.’ 그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생동감 넘치는 미소를 보면 누구나 ‘아!’하고 탄성을 낸다. 내년이면 데뷔 30주년, ‘1세대 뮤지컬 디바’로 불리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48·사진)이다.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오! 캐롤' 연습이 한창인 최정원을 만났다. 지난해 초연 흥행으로 성사된 앙코르 공연(2월 28일~5월 7일)에 새로 참여하는 만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사실 지난해 초연 때 제안이 들어왔는데 당시 제가 ‘맘마미아’를 하고 있어서 정중하게 거절했어요. 둘 다 시원찮게 하느니 한 작품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앙코르 공연으로 이어져서 참여할 수 있게 됐어요. 이것도 운인 것 같아요.”
‘오! 캐롤’은 1950~1970년대 팝의 거장 닐 세다카(Neil Sedaka)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일종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You Mean Everything to Me’, ‘One Way Ticket’, ‘Stupid Cupid’ 등의 원곡은 국내에서도 TV 광고 등에 자주 삽입돼 친숙하다.
최정원은 왕년에 화려한 스타였지만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사장이 된 ‘에스더’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시카고의 ‘벨마’나 맘마미아의 ‘도나’ 등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면, 에스더는 좀 더 감성적이고 사랑스러운 역할이다.
“닐 세다카의 음악에는 엄마와의 특별한 추억이 있어요. 우리 엄마가 ‘Oh Carole’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공책에 가사를 적어가면서 외웠거든요. 엄마가 원어로 외울 수 있는 유일한 팝송이에요. 제 딸아이를 키우면서도 종종 자장가로 부르시곤 했어요.”
닐 세다카에게 연인 캐롤 킹이 있었다면, 최정원의 ‘에스더’와 짝을 이루는 건 남경주의 ‘허비’다. 또 남경주다. 최정원은 남경주와 ‘1세대 명콤비’로 불리며 데뷔 후 지금까지 31편 작품 중 20여 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최정원은 “실수로 (나를) ‘최경주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오! 캐롤'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도 남경주의 영향이 컸다.
“‘콤비’라는 호칭은 감사하고 특별하죠. 둘 다 ‘뮤지컬 외길’ 인생을 걸으면서 함께 무대에 서 왔어요. ‘오! 캐롤’ 속 에스더와 허비도 20년간 우정을 쌓아오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닮은 부분이 있죠. 경주 오빠랑 외부 행사에서 종종 공동 MC를 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공연에서 대놓고 하게 되네요. 좀 더 맛깔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이면 데뷔 30주년. 아이를 출산한 1999년을 제외하고는 쉬어본 적이 없다. 조금은 지칠 법도 한데 오히려 더 신이 난다고 했다. 최정원은 “옛날에 ‘너 나이 들면 뮤지컬 배우 못 한다‘, ’40살 되면 노래가 안 나온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고 했다.
“근데 막상 나이 들고 보니 연기도, 노래도, 춤도 지금이 더 좋고 재밌어요. ‘리액션’(반응)의 재미도 새로 알았고요. 어릴 때는 제 대사만 계속 외웠어요. 그런데 상대방 대사에 따라 제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거든요.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 연습이 너무 즐겁죠. 몸살기가 있다가도 저녁에 연습이나 공연을 하고 나면 몸이 좋아져요. 아무래도 천직인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서 60세, 70세, 80세가 계속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