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정답’인지 모호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자동화, 기계화, 인공지능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사람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우리는 진화의 재료로 ‘오늘’을 살아낸다. 기술이 진화하고, 일상이 바뀌고, 기업의 전략이 바뀌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장의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마케팅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필립 코틀러는 신간 ‘마켓 4.0’을 통해 4차 혁명시대가 바꿔놓은 시장에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제품 중심(마켓 1.0)에서 고객 중심(마켓 2.0), 인간 중심(마켓 3.0)으로 변화하는 시장을 고찰한 그는 ‘마켓 4.0’에서 디지털 경제의 적응을 화두로 내세운다. 코틀러는 “마케팅의 미래는 인간의 가치를 수용하고 반영하는 제품과 서비스, 기업문화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는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다. 디지털 경제는 이렇게 ‘연결’의 가치로 이해된다. 공유경제, 신경제, 옴니채널, 소셜 고객관계관리(CRM) 등 흐릿한 용어들이 모호한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인 셈이다.
여기서 나온 제품과 서비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더 개인적인 성격에 맞춰진다. 기업의 경쟁력이 규모나 출신국가에 결정되지 않고 보다 작고, 보다 젊고, 보다 지역적인 부분에서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중국조차 ‘소중’(小衆)을 강조하는 시대에, 개성을 반영하는 제품은 시장이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시장은 아이디어를 공급하고, 기업은 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든다. 과거 혁신은 천재 한 명이 이룩한 애플의 성공을 따랐지만, 이젠 현장이 중심이다. 천재형 애플에서 현장형 샤오미로 이동하는 시장이 디지털 경제를 움직이는 것이다.
권력의 이동 역시 ‘마켓 4.0’의 특징 중 하나다. 과거에 권위와 힘은 연장자, 남성, 시티즌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소득 수준과 구매력이 높아진 젊은이, 여성, 네티즌으로 바뀌었다. 이들을 특징짓는 하위문화가 주류문화를 위협하고, 친구 등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힘의 원천으로 떠올랐다.
기업의 광고보다 친구의 평가와 추천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신뢰할 만한 소통 수단이 됐다. 기업은 이제 메시지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릴 게 아니라, 몇 군데 중요한 접점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전통적 마케팅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세분화, 타기팅, 포지셔닝으로 체계화한 STP가 수평적 망으로 연결된 디지털 시대에선 고객 커뮤니티 ‘인증’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 등 마케팅의 중요 요소인 4P도 공동 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 등 4C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의 구매 패턴 과정을 분석하는 4A(인지-태도-행동-반복행동) 이론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기업의 통제력과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객은 이제 인지-호감-질문-행동-옹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마케터의 중요한 목표는 고객을 ‘인지’에서 ‘옹호’ 단계로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협력과 소통이 없으면 시장의 생존력을 담보할 수 없는 셈이다.
◇ 마켓 4.0=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이완 세티아완 지음. 이진원 옮김. 더퀘스트 펴냄. 284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