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의 시험史…'시험국민'은 이렇게 탄생했다

구유나 기자
2017.05.27 06:55

[따끈따끈 새책] '시험국민의 탄생'

한국의 시험사는 무려 1000년에 달한다. 958년 고려 과거제 도입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과거제는 가문의 뒷배가 없는 유능한 인재도 발탁하겠다는 취지의 개혁 정책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험의 규정 내용을 손쉽게 내재화시키는 강력한 통치방식이 됐다.

그래서 교육 권력은 막강하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을 깊숙이 파고든다. 많은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도입에 반대하고, 일반 교과서의 경우에도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바꾸는 일에 사람들이 각을 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시험' 없이 불안하다.

이 책을 쓴 교육학자 이경숙은 국내 교육 현실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사회적 의미를 끄집어 낸다. 그는 "시험에 집착하고 시험이 난개발된 사회적 배경에는 시험을 손쉬운 통제장치로 사용해왔던 역사와 시험을 통해 출세기회를 넓혔던 민간의 욕망이 서로 엉켜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해방적 평가와 평등사회 실현을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선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의대, 법대 등 인기학과 신입생을 추첨으로 선발한다. 고등학교 때 받은 성적대별로 추첨 비율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성적'은 졸업을 위한 최소 수준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시험 혹은 평가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피상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시험이 없는 사회'를 꿈꾸어 볼 때가 됐다는 것, 그래서 시험에 얽매인 지성이 아닌 '지적 해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험국민의 탄생=이경숙 지음. 푸른역사 펴냄. 452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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