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색 일상 속 희미한 추억…'골목'에서 더듬다

모락팀 윤기쁨 기자
2017.06.11 16:31

[따끈따끈 새책] '골목의 기억'…추억과 비밀이 담긴 그때 그 장소

골목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가장의 가난한 숨결, 아낙네들이 모여 나누던 음식 냄새, 아이가 딱지를 뒤집는 경쾌한 소리까지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다. 시간이 흘러도 추억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저자는 골목을 ‘정체성’으로 정의한다. 만화책을 몰래 읽고 형제와 뛰어놀던 추억이 담긴 골목은 자신을 있게 한 뿌리이자 어린 시절 그 자체다. 한참이 지나 그 골목길을 다시 밟은 저자는 어떤 곳에서는 향수를 어떤 곳에서는 애증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되새긴다.

‘골목의 기억’은 저자가 익숙한 골목을 낯선 시선으로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늘 다니던 곳에서 잊었던 추억을 되살리고 잃었던 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때로는 낡은 처마가 이어진 굽고 좁은 골목을, 때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언덕 골목을, 때로는 연탄재가 가득한 가난한 시인의 뒷골목에 독자를 초대한다.

최근 도시재생·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그곳에 깃든 우리의 추억도 희미해진다.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의미를 가졌던 장소가 아닌 단순하고 똑같은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골목의 기억’은 당신을 콘크리트 색 일상에서 건져 어릴적 노을빛 지던 골목으로 데려간다. 누군가에는 그리웠던, 누군가에게는 행복했던 그 길을 저자와 함께 밟아보는 건 어떨까.

◇골목의 기억=김혜식 지음. 푸른길 펴냄. 256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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