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집밥을 차려 먹기 힘들까

구유나 기자
2017.06.24 07:25

[따끈따끈 새책] 한식의 품격…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자가 조리가 불가능한 여건이라면 편하거나 맛있게 사 먹기라도 해야 한다. 과연 한식은 그런 미덕을 갖추었는가.'(13쪽)

저녁이 없는 삶에 '집밥'의 존재는 부담스럽다. 야근하고 돌아와 반찬을 여러 개 만들고 국을 데우는 일이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어쩌면 한식이 현대인의 삶에 발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거침없는 직설로 국내 음식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한국 식문화가 집밥의 족쇄, 엄마 손맛의 울타리에 갇혀서는 발전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한식 신비주의 또는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대신 맛과 재료 이론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틀로 한식을 검증하기를 주장한다.

이 책은 '라면'과 '평양냉면' 예찬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한국의 맛을 소개할 때 주저 없이, 단연코 라면을 고르겠다고 선언한다. 한국 최초의 현대적인 대량생산 음식이자, 고기 국물을 바탕으로 한 얼큰한 그 맛이 좋든 싫든 가장 한국적인 맛이라는 것이다. 평양냉면은 집밥과 바깥 음식의 경계가 모호한 한국 음식 문화에서 거의 유일한 외식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한다.

1부와 2부에서는 한식의 맛과 조리 원리를 살펴본다. 다섯 가지 기본 맛부터 매운맛, 고소함, 구수함, 시원함과 뜨거움, 쫄깃함, 담백함과 슴슴함 등 여섯 가지 한식의 맛을 총체적으로 다뤘다. 마지막에는 '한식 발전을 위한 제안 20선'을 통해 오븐과 화학조미료 사용, 발효빵 확대, 김치 유료화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제안들을 내놓는다.

◇한식의 품격=이용재 지음. 반비 펴냄. 53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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