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상실한 서민의 삶…추억없는 과거, 악몽이 된다

배영윤 기자
2018.01.21 16:00

[따끈따끈새책]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손홍규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중편소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손홍규 소설가가 8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손 작가는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등을 냈다. 2018.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호를 담당하는 아버지는 가정의 방향을 알려주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는 가족들에게는 밥을 차려주지 않는다.’

지난 18일 발간된 4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중편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에서 그려지는 가정의 모습이다. 물론 1 ~ 3부로 구성된 작품에서 1부에서 그럴뿐 3부에서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연인들의 첫 만남 느낌이 담겨있다.

손홍규 작가는 중편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 문학상 중 올해 첫번째 수상 소식을 전했다. 사업에 실패해 공사현장에서 신호수 일을 하는 남편과 조리원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아내의 이야기다.

삶에 지쳐 자신의 아이와 함께 세상과 등지는 선택을 하거나, 아내에게 혹은 자식의 친구에게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설마'했던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더 잔혹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설에는 기시감이 배어있다.

소설은 1, 2, 3부로 구성돼있다. 남편의 회상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해 아내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넘어가고, 마지막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그려진다. 실패한 인간들이 느끼는 상실감, 그들의 어두운 과거를 꿈의 언어라는 독특한 형태의 서술이다.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폭행하고 딸은 가출한다. 아내는 더 이상 남편에게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한 때 사내에게도 꿈이란 것이 있었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깨달은 이후부터 꿈을 꾸려하지 않게 됐다.

아내의 시선으로 넘어간 이야기에서는 이 땅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확대된다. 집에서는 남편에게, 자식 때문에 고통 받고 밖에서는 직장과 사회 속 편견으로 인해 힘겨워한다.

이번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인 권영민 월간 '문학사상' 주간은 서사적 시간 진행에 따라 3→2→1부 순으로 읽는 방법도 추천했다. 그는 작가가 이같은 서술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 "폭력적인 장면들은 아주 단편적으로 언급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일까를 묻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남녀가 힘든 시기에 만나 서로 사랑을 확인하던 때의 모습을 소설 마지막에 배치함으로 그들의 순수했던 마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 속 사내가 아름다운 과거를 '추억'하지 않으면 처참한 현실에 가려 악몽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듯이 말이다.

손홍규 작가는 지난 8일 가진 수상 관련 기자회견에서 "작품을 쓰기 전에 '나, 여성노동자 2 : 2000년대 오늘 비정규직 삶을 말한다'와 '일하다 죽는 사회에 맞서는 직업병 추적기-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을 읽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문학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인간을 완벽히 파괴할 수 없다. 문학이 살아있는 한, 인간이 무엇인지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과 '마음의 구조'를 밝히는 것이 이 작품을 쓴 이유"라고 말했다.

손 작가는 1975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1년 단편 '바람 속에 눕다'로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1세기 등단작가가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김애란 작가 이후 두 번째다. 김애란 작가는 2002년에 등단, 2013년에 제37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작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장편소설이 추구하는 서사의 역사성과 단편소설에서 강조하는 상황성을 절묘하게 조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편다운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수상집'은 지난 18일 출간됐다. 대상을 비롯해 구병모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 '존재의 증명', 정찬 '새의 시선', 조해진 '파종하는 밤' 등 우수상도 함께 실렸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손홍규·구병모·방현희·정지아·정찬·조해진 지음. 320쪽. 문학사상 펴냄.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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