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19일 개막하여 올 4월 1일까지 열리는 <지음, 시간의 흔적, 미래로 펼치다: 국립국악원 서초 30년, 국악아카이브 10년 특별전>은 1988년 이전·개관한 국립국악원을 국악아카이브의 자료를 통해 회고하는 전시이다. 국가 음악 관장의 역사는 신라 음성서-고려 대악서-조선 장악원을 거쳐 일제 강점기에도 이왕직아악부를 통해 유지되어 1951년 전쟁 중 국립기관으로 개원한 국립국악원으로 이어졌다.
남산 장충동에 자리 잡았던 국립국악원이 우면산 자락에 새 터를 갖게 된 일은 1981년 서울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고 전 세계에 우리문화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한 문화올림픽 의지를 표명하며 구상된 독립기념관, 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당 건립계획을 배경으로 한다. 이 땅의 악·가·무 전통이 예술의 주변으로 밀린 근현대사의 질곡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우리문화가 서는 계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게 된 것이니 국악의 가치를 민족·국가·세계적 차원에서 재정비하고 위상을 높일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었다. 근·현대사가 중첩되고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국악원의 서초동 청사는 그런 점에서 오랜 국악의 전통과 현대사의 내러티브가 씨줄날줄로 엮인 역사의 장이다.
국립국악원은 새 터에서 할 일이 많았다. 30년 동안 공연장, 국악박물관, 연습실은 물론이고 연주단, 공연, 연구, 자료보존, 교육, 진흥, 국제교류 등의 기능이 확장·정비되고 국악방송, 악기연구소, 국악아카이브도 순차적으로 시작되었다. 왕립음악기관의 공연 전통과 당대 최고 민속악 명인들의 음악, 춤, 연희 전통을 무대화하여 공연으로 올리고 동시대 창작음악을 개발하며 국악의 대중적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기초학술연구를 진행하고 사라져가는 세계 유일의 근현대 국악자료를 수집·보존·체계화하는 일, 세계화 시대 한국문화의 가치를 전파하며 위상을 높이는 일, 동시대 전통으로서의 기반마련에 전심을 다해왔다.
시대가 바뀌고 예술, 국가, 민족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세상은 넓어졌으며 물리적 공간은 사이버 세계와 넘나들면서 예술의 시공간도 무한 확장되고 있다. 국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다양해지고 실용적·확장적 활용에 대한 요구도 높다. 기술혁명, 미디어, 교육환경, 예술소비자 욕구 변화는 새로운 도전이과 과제이다. 지역과 일상의 문화증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국악의 고민은 더욱 깊다. 미래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과 전 세계 한민족의 문화예술자료의 수집과 보존도 시급하다. 국악은 후세를 위한 미래문화자산으로, 창의적이며 성숙한 사회에 소통의 매개로, 오늘 살아있는 전통이 되어야 한다.
올해 국립국악원은 서초 30년 특별전 외에도 연주단의 기념공연과 대규모 국내·국제 학술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개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악기박물관의 한국악기 특별전도 올 6월 1일까지 열린다. 앞으로 3년 후인 2021년이 되면 국립국악원은 개원 70년을 맞는다. 2020년에는 현재 진행 중인 공연연습장이 완공되어 공연은 더욱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국악박물관은 미래적 비전을 담는 국악 라키비움으로 전환하기 위해 개편을 진행 중이다.
악기연구소와 국악 아카이브도 한민족 국악종합자료관을 꿈꾸며 부단히 노력 중이다. 국립국악원의 서초 30년은 시대의 소명을 기억하며 과거를 미래로 만드는 일, 국민의 국악·미래의 국악을 만들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이다. 이 길에 국악의 소중함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일깨워준 국민들이 여전히 동행할 것이라 믿기에 갈 길은 바빠도 마음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