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AI 도입, 숫자로 말한다 (上)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의 사내 AI 경쟁이 '도입' 수준을 넘어 '실전 성과' 단계에 진입했다. 전사 교육과 유료 AI 툴 도입은 기본. 실제 업무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어떤 성과를 숫자로 만들었는지가 경쟁력이 됐다.
머니투데이가 국내 주요 ICT 기업 22곳을 대상으로 사내 AI 교육·활용 현황을 설문한 결과 업계 흐름은 AI를 써보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고 성과를 수치로 입증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은 AI를 활용해 기존 3주 걸리던 프로모션 웹 제작 기간을 4일로 줄였고 QA 자동화로 테스트 시간도 60% 절감했다. AI 기반 음성 생성 기술로 콘텐츠 제작 시간은 최대 50배 줄였다. 신규 이용자 대기시간은 66% 감소했다. 개인화 추천에서는 구매 전환율이 2.6배 높아졌다.
크래프톤(243,500원 ▼4,000 -1.62%)은 임직원 1인당 평균 3.9개의 AI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사 AI 사용률은 97.6%였고, Claude(클로드) API 사용량은 5개월 만에 565배 늘었다.
비개발 직군에서도 AI 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비개발 직군 대상 실습형 프로그램 'AI Dive Deep'(AI 다이브 딥)을 통해 현업 문제를 직접 AI로 해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파트너 CS 담당자는 장애 공지와 가이드 작성 봇을 직접 만들어 건당 20분 걸리던 긴급 대응 시간을 1분으로 95% 줄였다.
LG CNS(LG씨엔에스(57,600원 ▲1,100 +1.95%))는 자체 AI 개발 도구 '데브온 AIND'를 실제 개발 프로젝트 26건에 적용한 결과 생산성이 평균 26.1% 높아졌고,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152,200원 ▲1,600 +1.06%))는 정부부처 개념검증 사업에서 AI를 적용해 하루 근무시간의 67%, 약 5시간20분을 줄였다.
AI 내재화 방식은 기업별 차이가 있었다. 넥슨·크래프톤·LG CNS·삼성SDS는 전사 확산과 정량 성과를 함께 내는 유형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당근·우아한형제들은 현업 담당자가 직접 업무 AI 도구로 문제를 해결했고, 웨이브·티빙·쿠팡은 서비스 운영과 인프라·물류 최적화 등 업무에 AI를 깊게 적용했다.
AI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되면서 국내 주요 ICT 기업들이 조직의 AX(AI 전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조직이나 업의 특성, 목적에 따라 전략을 각기 다르게 짜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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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가 국내 22개 대표 ICT 기업들의 사내 AI 활용 방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회사 주도로 전 구성원이 AI를 활용하고 업무 효율화 여부까지 측정하는 '전사 확산·성과 측정형'과 △구성원이 AI 도구로 업무에 필요한 문제를 직접 혁신하는 '현업 문제 해결형' △고객 경험·운영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서비스 운영 특화형' △도입 준비 단계인 '초기 확산형'이다.
◇4개 유형으로 AX 분류…가장 적극적인 곳은 어디?

가장 적극적인 유형인 '전사 확산·성과 측정형'은 SK텔레콤(80,900원 ▲3,100 +3.98%)과 KT(59,500원 ▲100 +0.17%), 삼성에스디에스(152,200원 ▲1,600 +1.06%), 크래프톤(243,500원 ▼4,000 -1.62%), 넥슨, SK쉴더스, SK AX 등이다. 이 회사들의 임직원은 기업 주도로 구성원 AI 교육과 다양한 도구 보급이 이뤄져 풍성한 AI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한 시간 절감, 자동화율 등을 KPI(핵심성과지표)로 설정해 생산성·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올해 '1인 1 AI 에이전트' 시대를 선언한 SKT는 구성원이 자연어로 AI 툴을 만들 수 있도록 3가지 플랫폼(폴라리스·플레이그라운드·에이닷 비즈)과 'AXMS(AX Management System)'를 도입했다. 이미 직원 아이디어로 '보안 코딩 검증 자동화' 툴을 만들어 연간 약 3000시간(전체 업무의 약 30%)을 줄인 SKT는 구성원 대상 공모전을 지속할 계획이다. KT는 2022년부터 AI 자격인증제인 'AICE'로 임직원이 AI 역량을 확보하게 하고, 전사 AX TF(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또 '에이전트 디스커버리 워크숍'에서 도출한 184개 과제 중 102개를 에이전트화하고 이중 32종을 전사에 배포했다. SK AX는 실무형 AI 자격증인 'AI 탤런트 랩'을 전 구성원에 도입했다.
'현업 문제 해결형'은 실무자가 반복 업무 등 불편사항을 AI로 개선하면서 AX가 확산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다. 카카오그룹은 전직원 대상 AI 해커톤을 진행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모톤', 카카오(45,200원 ▼200 -0.44%)는 '10K' 등으로 명칭은 다르지만 형태는 비슷하다. 당근은 사내 기술 공유 세션인 '데브톡'과 사내 위키 등으로 AI 활용 사례를 상시 공유한다.
'서비스·운영 특화형'은 외부 경쟁력·고객 경험 강화에 방점이 찍힌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15,330원 ▼170 -1.1%)가 원활한 방송 송출을 위한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모니터링, 고객 분석·마케팅 등에 AI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와 웨이브는 AI 고객센터도 있다.
'초기 확산형'은 조직 내에서 AI 활용을 장려하고 향후 전략을 설정한다. LG헬로비전(2,235원 ▲25 +1.13%)이 AI 교육과 AI 해커톤을, 넷마블(50,000원 ▲1,000 +2.04%)이 1인1에이전트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기업별 AI 활용 방식이 각각 다른 것은 산업별 특성과 조직 문화, 비즈니스 모델 차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구성원 대다수가 개발자여서 현업 중심 실험 문화가 크다. 반면 대기업 계열은 풍부한 예산과 전사 통제 하에 효율성에 무게를 둔다.
이지형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다양한 방식의 AX가 있지만 흑묘백묘론(어떤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이라며 "다만 AI 도입 초기 단계인만큼 기업들이 긴 호흡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AI 활용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문서 초안을 작성하거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전사 AX(AI 전환)를 위해 'AI 허브(Hub)' 조직을 신설했다. 특정 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개발·운영·사업 전 영역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분야별 활용 전략과 에이전트 적용 방안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다.
성과도 눈에 띈다. 음성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시간을 최대 50분의 1로 줄였다. QA 자동화로 테스트 시간은 60% 단축했다.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는 신규 이용자 대기 시간이 66% 줄고 매칭 소요 시간은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약 3주 걸리던 프로모션 제작 기간도 4일로 크게 줄었다.
OTT 업계에서도 AI 도입을 본격화한다. 웨이브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핀옵스(FinOps, 클라우드 비용 운영)에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OTT 서비스는 신작 공개 등에 따라 트래픽 변동성이 크다. 이에 에이전틱 AI로 수요 예측 및 인프라 운영을 자동화해 클라우드 비용을 최적화한다는 목표다. 또 OTT 최초로 'AICC'(인공지능컨택센터)를 도입해 AI 음성 서비스로 신속한 고객응대를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는 사내 AI 업무 파트너 3종 △AI 메이트 △TASTE △OREO를 운영한다. AI 메이트는 고객 상담 이력을 분석하거나 개봉 예정 영화의 흥행 관객수를 예측해 마케팅·콘텐츠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다. TASTE는 20개 AI 모델 기반 맞춤형 고객 분석 시스템이다. 예컨대 3분 이내에 셋톱박스 업그레이드 대상 고객군을 추출할 수 있다. OREO는 고객의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자동 추천한다.
◇비개발자 '바이브 코딩'으로 업무시간 1시간→3분
비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점도 주목된다.
KT(59,500원 ▲100 +0.17%)는 '전사 AX 일하는 방식 변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 임직원의 AI 활용을 장려한다. 재무 부서 직원들이 개발한 법인카드 AI 에이전트 '카드파일럿'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개별 대응하던 사용 기준, 정산 절차, 증빙 요건 등의 문의를 AI가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디자이너가 그래픽 디자인 툴 '피그마'에서 1300개 파일 이름을 3분 만에 변경하는 플러그인을 직접 개발했다. 이를 통해 자산 등록 시간은 건당 5분에서 10초로, 파일 관리 업무는 1시간에서 3분으로 단축됐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사업 기획자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하루 이상 걸리던 업무를 자동화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AI로 개념 증명(POC) 단계까지 구현해두면 개발팀과의 협업 속도가 빨라지고 고도화된다는 효과를 체험했다"며 "AI가 협업방식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