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산객이 크게 증가하는 청명·한식을 맞아 국가유산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계기관은 비상 근무체제와 방재시스템 구축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산불 대부분이 입산객의 실화(실수로 인한 화재)인 만큼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가유산청과 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청명절·식목일, 오는 6일 한식을 맞아 관계기관은 산불 대응을 강화했다. 충남과 경북, 전북, 제주 등 산지가 많은 지역의 소방은 오는 7일까지 특별경계근무를 실시하고 순찰·살수 등 조치를 시행한다. 유산청은 경기 고양시 서오릉 일대에서 4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대응 강화훈련을 실시했다. 산불에 취약한 왕릉 등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매년 청명절과 한식 등이 겹치고 야외 활동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4월이 되면 산불이 크게 늘어난다. 산림청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5291건 중 2123건(40.12%·1위)은 입산객의 실수로 발생한 불이다. 2023년에는 강릉에서 큰 불이 나 방해정, 상영정 등 유산이 불탔고 2005년에도 대형 화재가 보물 479호 낙산사를 덮쳤다. 모두 4월달에 일어난 불이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담뱃불이나 취사 등 입산객 통제가 필요하지만 관련 기관의 권한은 한정적이다. 지난해 의성·안동 지역을 휩쓸며 국가유산 31건 훼손, 1조 8000억여원의 피해를 남긴 산불도 별도 단속 없이 입산한 성묘객의 실화가 원인이었다. 경북의 한 국가유산 관리자는 "라이터나 버너 등을 못 가지고 오게 해야 하는데 입구를 막고 소지품 검사를 할 수도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유산이 화재에 취약한 목조인데다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다. 지난 2월 경주 문무대왕면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4~5㎞ 거리에 골굴암, 두산서당 등 유산이 자리했는데 이들 유산은 절벽 위에 있거나 나무로 만들어졌다. 방염포를 설치하거나 소산(재난을 피하기 위해 이송하는 것)할 수 있는 동산도 아니어서 자칫 멸실,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찰 등을 중심으로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전기 예측시스템이나 소화기 등 시스템의 효과가 한정적이고 전담 인력도 부족해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화재가 나는 경우가 많다. 손솔 의원실이 문체부와 소방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 산불에서 전소된 고운사와 수정사·용담사·운람사 등 4곳은 방재 시스템이 있지만 불이 난 사찰이다.
문화계는 유산 보호를 위해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산청의 집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국가유산 화재 피해는 56건이며 보물(7건), 국보(3건) 등 중요도가 높은 유산도 포함됐다. 문화계 관계자는 "관련 기관이 아무리 예방조치를 해도 등산객들이 내는 불은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처벌 강화, 단속 권한 개편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