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라는 이름은 수십년 간 공정한 저널리즘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국영공영방송이지만 여느 민영방송보다 독립적이란 평가와, 독창적이고 가치 높은 콘텐츠들을 생산해 왔던 그간의 이력이 BBC를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신뢰 받는 언론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BBC, 공영방송의 신화'는 BBC의 민낯을 드러내는 내용이다. BBC가 알려진 것만큼 독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기득권 세력의 의사와 이익을 과도하게 반영해 온 매체라고 고발한다.
영국 버밍엄의 애스턴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인 저자 톰 밀스(Tom Mills)는 폭 넓은 자료와 조사를 통해 또 하나의 권력이 돼 버린 BBC의 실체를 'BBC, 공영방송의 신화'를 통해 입증하려 노력한다.
저자는 우선 언론 기관 또한 거대한 힘을 지닌 엘리트 기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BBC의 독립성을 파악하려면 BBC가 정말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인지를 묻기보다 BB의 구조와 문화를 형성한 세력이 무엇인지, 이런 장치들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BBC, 공영방송의 신화'에서 저자 톰 밀스는 BBC가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편에 서 왔다는 하나의 사례로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BBC 지도부가 BBC 임직원의 정치성향을 조사해 왔다는 사실을 공개한다. 이는 조직 내 공산주의자를 색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1927년 노동자 총파업에서는 정부의 프로파간다(선전) 도구로 기능하고 1·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제국 선전원으로 BBC가 활약했다고 주장한다. 1984년 광부 파업, 2003년 이라크 반전 시위 등의 보도에서는 기득권에 반대하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해 왔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BBC의 가치를 인정하는 동시에, 실체 역시 묵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독립적인 저널리즘이라는 공영방송의 이상과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뉴스 미디어의 역할이라는 것.
700여개에 달하는 주석을 통해 BBC의 민낯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기위해 노력했듯이, 저자는 BBC를 효과적이고 더 공정한 언론이 될 수 있는 대안도 제시한다.
관련 법을 제정을 통해 고위직 임명 및 재정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약화시키고, 공적 책무를 좀 더 민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같은 저자의 제언은 비단 BBC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현재진행형인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함의 또한 적지 않아 보인다.
◇BBC, 공영방송의 신화 =톰 밀스 지음, 박인규 옮김, 한울 아카데미 펴냄. 268쪽/3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