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특급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이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가 없는 직원들을 주말 결혼식 등 연회 업무에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호텔업계 경영난으로 인한 고육책이라지만, 위생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최근 상황에서 고객과 종업원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보건증도 갖추지 않았단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JW 메리어트 서울은 지난 4~5월 두 달 가량 호텔 백오피스, 프론트오피스 근무자들을 주말 결혼식 등 연회 업무에 동원했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직급·직무 차이는 있지만 50여 명 이상의 직원들이 적게는 한 차례에서 많게는 4~5회 가량 주말 현장 업무에 투입됐다.
호텔업계에서 직원들이 다른 현장에 투입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업종 특성 상 비·성수기 업무량 차이가 크고 상황에 따라 단기 계약직(아르바이트) 고용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어, '헬퍼' 개념으로 다른 부서 직원들이 일손을 돕는 일이 적지 않다. '호텔리어'로 불리는 호텔 임직원들은 서비스 전반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 명목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식음시설 종사자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보건증을 소지하지 않은 직원들을 근무하게 했다는 데 있다. 식품위생법 상 음식을 다루는 일을 하려면 장티푸스·결핵·전염성 피부병 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보건증이 필수다. 편의점이나 카페에서도 요구하는 만큼, 많게는 수 백명이 모여 연회를 즐기는 특급호텔이라면 연회팀 근무를 할 경우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단 목소리가 커졌다. 보건증 미소지 적발 시 사업주 뿐 아니라 종업원도 과태료를 물어야 해서다. 호텔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청 관계자는 "보건증은 미소지 적발 시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는 기본 수칙"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보건증 발급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보건증 자체가 없는 사람도 일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자 호텔 측은 이달 들어 보건증 없는 직원들에 대한 헬퍼 업무를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확인을 거쳐 호텔 직원 일부는 최근 보건증을 발급 받았다.
이에 대해 호텔업계에선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서울 시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관할 보건소나 병원에서 쉽게 끊을 수 있어 헬퍼가 필요하면 관련 부서에서 챙기거나 보건증 발급 받으라고 공지한다"며 "특급호텔은 대외적 이미지 뿐 아니라 위생적인 리스크도 줄여야하기 때문에 보건증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특급호텔들은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보건증 미소지자를 가장 먼저 배제한다.
무엇보다 JW 메리어트 서울이 국내 최고 럭셔리 호텔로 꼽힌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12년 센트럴시티의 대주주가 된 신세계그룹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인 JW 메리어트 서울은 서울 시내 최고의 호캉스(호텔+바캉스)·웨딩 1번지로 유명하다. 특히 2018년 '럭셔리 데스티네이션'을 내세우고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치면서 강남권 최고 호텔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운영부분은 전적으로 메리어트에서 담당하고, 신세계 측이 관여하는 것은 없다.
JW 메리어트 서울이 이처럼 보건증을 소지하지 않은 직원까지 급하게 현장 업무에 동원한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비용절감 방안이었단 설명이다. 여행심리가 얼어붙고 해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비즈니스 수요가 뚝 끊긴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JW 메리어트 서울은 올해 1분기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분기 85%에 달하던 객실점유율(OCC)이 36%까지 곤두박질치면서다.
JW 메리어트 측은 "코로나19로 발생한 휴업을 최소화해서 직원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이기 위해 시행했다"며 "전례없는 사태 속에서 고용 유지 등을 위해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실수한 부분이 있어 바로잡고 더 철저한 관리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JW메리어트 서울은 코로나 여파에도 식음시설을 휴업 없이 운영 중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측도 "한국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보건증 미소지가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더욱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건증 미소지 뿐 아니라 헬퍼 동원 후 이뤄진 보상에도 문제가 있단 지적이다. 호텔에 따르면 사무직 직원들은 주말 근무 투입 후 주중 하루의 대체휴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휴일근로수당 명목으로 1.5배의 가산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며 "하루치 근무에 대한 대체휴가를 주려면 1.5일을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