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벗겨내자 인간이 보였다…신화를 현실로 만든 '오디세이' [영화있슈]

영웅을 벗겨내자 인간이 보였다…신화를 현실로 만든 '오디세이'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7.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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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스틸컷.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늘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놀라게 해왔다. 항상 감탄을 자아냈던 놀란 감독이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정점에 선 작품을 내놨다. '오디세이'는 신화라는 가장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손꼽힐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개봉 전부터 이어진 캐스팅 논란과 17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영화를 선택하는 데 망설임을 안길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172분이라는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디세우스라는 인간을 이해하고, 그의 여정에 공감하며, 이타카를 둘러싼 인물들의 사정을 충분히 받아들이기에는 오히려 적절한 시간이다.

트로이의 헬레네 역에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캐스팅된 점 역시 영화를 감상하는 데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헬레네는 그저 이야기 속 하나의 인물일 뿐이다. 신화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트로이 전쟁을 헬레네를 둘러싼 감정의 싸움처럼 묘사하지만, 결국 전쟁의 본질은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에 있다. 그렇기에 '흑인 헬레네'는 작품을 비판할 요소가 되기 어렵다. 애초에 '오디세이'는 고전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 원전을 바탕으로 놀란 감독의 해석과 철학을 담아낸 영화이기 때문이다.

놀란은 노래와 전설로 전해 내려온 신화를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로 재해석한다. 인간과 신, 그리고 괴물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한 세계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그 낯섦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특히 괴물로만 소비되기 쉬운 존재들에게도 각자의 사연과 감정을 부여하며 선과 악의 단순한 구도를 넘어선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오디세우스를 영웅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신화 속 그는 위대한 지략가이자 승리의 상징이지만,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분노하고 실수하며 후회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폴리페모스를 향해 화살을 쏘며 복수심을 드러내고, 결국 그 선택이 더 큰 비극을 불러오는 과정은 영웅이라기보다 감정에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영화는 영웅이라는 이름이 결국 누구의 시선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묻는다. 세상은 오디세우스를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영웅이라 칭송하지만, 시논에게 그는 배반자이고, 포세이돈에게는 아들을 죽인 원수이며, 트로이 사람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다.

승리 뒤에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그의 지략 역시 피를 대가로 완성됐다. 그래서 영화는 승리의 통쾌함보다 그 이후에 남겨진 죄책감과 책임감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기억을 되찾지 않으려 했던 오디세우스의 선택도 같은 맥락이다. 칼립소와 함께한 7년은 단순한 유혹의 시간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과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한 인간의 회피였다.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와 돌아가기 두려운 마음이 공존하는 모습은 신화 속 영웅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신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흥미롭다. 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돕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영화가 끝날 무렵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영화는 신이 인간을 버린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신을 부정하면서도 절망의 순간에는 신을 찾게 되는 인간의 모순을 조명한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부하들의 잘못마저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는 오디세우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짊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스스로를 탓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인간으로서는 그런 선택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니까.

페넬로페를 향한 감정도 인상적이다.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삶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은 사랑이 부족해서도, 사랑이 지나쳐서도 아니다. 돌아가서 모든 것을 책임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것보다 먼저 떠나보내는 편이 덜 아프다고 믿는, 지극히 인간적인 심리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결말을 알고 있는 신화를 이토록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는 점도 놀랍다. 결과를 알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며 때로는 통쾌함을 느낀다. 영화는 결코 통쾌한 복수를 이야기하지 않지만, 인간의 욕망과 후회, 반성을 끝없이 비추며 관객 스스로 더 큰 카타르시스를 갈망하게 만든다.

결국 '오디세이'는 영웅의 전설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이야기다. 서쪽 미지의 섬으로 떠나 동료들을 추모하는 마지막 선택까지도 오디세우스는 영웅이면서 동시에 끝내 인간으로 남는다.

신화를 현실로 끌어내리고, 그 안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끝없이 탐구한 놀란의 연출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기자에게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주저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신들의 분노에 맞서 싸우는 대서사시다. 오는 8월 5일 국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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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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