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모도 전혀 몰랐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한국어를 통해 꿈을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 소속 교원 허지이씨(43)는 한국어 교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제자들이 한국 명절에 맞춰 카톡을 보낸다"며 "맞춤법이 조금 틀리더라도 한국어로 장문의 인사를 보내면 이 자리가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교원 233명(올해 상반기 기준)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로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세종학당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요구를 섬세하게 살피고 이들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 세계 57개국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허씨는 케냐타대학교(Kenyatta University)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는 이유에 대해 "한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영화를 자막 없이 보고 싶어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고 밝혔다. 허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는 한국 유학을 꿈꾼다. 40% 정도는 K-팝(POP)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프랑스 캥페르 세종학당 소속 교원 김하니씨(31)는 엠바대학교(EMBA Business School)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학과 학생들이 주 대상이다. 한국 관련 무역업에 종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9월부터 2월까지는 프랑스에서 수업을 듣고, 3월부터는 한국에 교환학생을 온다.
김씨는 "학교에 한·중·일 무역학과가 있는데, 과거에는 중국과 일본 학과가 인기가 많았다"며 "7~8년 전부터 갑자기 한국 학과로 오려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내에서 한국 사람을 마주칠 기회가 많아지고,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늘어나면서 관심이 늘어났다"며 "프랑스에서 해외 문화를 받아들이는 트렌드가 한국 문화를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캥페르 세종학당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인 강좌도 열린다. 80%는 한국 문화·컨텐츠가 재밌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다. 김씨는 수업에서 67세 할머니와 한국 관련 수다를 나눈다. 그는 "한글날이 언제고, 세종대왕이 언제 한국어를 만들었는지부터 한국 지폐, 물가까지 다양한 것을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주 보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자연스럽게 학습 교재가 됐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K-웨이브(WAVE) 강의를 통해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 대사를 따라 해보고,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 가사를 통해 신체에 관련된 어휘를 배우는 식이다.
세종학당 교원들은 현지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부터 나라, 종교, 세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달수록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현지 학습자의 요구를 세심히 살피고 그에 맞는 맞춤형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무조건 전통문화를 고집하기보다는 한국 트렌드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뷰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화장품을 지원해 주거나, K-로제 떡볶이를 요리하고 함께 먹어보는 식이다. 김씨는 "한국 문화 전파라는 취지에 맞게 Z세대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교재에 2000년대 학생은 모르는 CD, MP3 등이 나온다. 신조어 등 새로운 시대 상황을 빨리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처우 개선을 통해 전문성이 있는 한국어 교원수가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교원이 없다보니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지 않는 이민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며 "선생님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월급이 적어서다. 4대보험 적용이나 정규직 근무가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소통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씨는 현재 한국에서 실시간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케냐 나이로비의 경우 인터넷 환경이 열악해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인터넷 때문에 결석을 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한계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소 열악한 상황에서도 세종학당 교원들에겐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듬뿍 느껴졌다. 허씨는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면 없던 애국심도 생긴다"며 "앞으로 한국어를 통해서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하면서 오래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이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아예 없다"며 "학생들을 만나는 게 너무 재밌고, 천직으로 느껴진다"며 한국어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