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BTS(방탄소년단)의 서울 광화문 공연을 계기로 서울의 초대형 공연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도심 통제'로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는 비판과 함께 관람 인원이 제한되면서 대형 공연장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23일 "대형 행사가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국익에 보탬을 주는 아티스트에게 뒷받침이 충분했나, 하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한 음악 기획사 관계자도 "야외를 빼면 2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찾기도 어렵다"며 "스포츠 경기와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4만석 이상의 대형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상암 월드컵경기장,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이 전부다. 이마저도 올림픽주경기장은 리모델링 중이고 상암은 K리그 축구 경기가 진행 중이어서 사실상 대관이 불가능하다. 이외에는 고척 스카이돔(2만5000여석),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1만5000여석) 정도가 전부다. 고척 스카이돔은 야구 경기와의 일정 조정도 필요하다.
주요국들은 대도시에 4만석 이상의 공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는 최대 5만 5000명이 입장 가능한 도쿄돔이 있으며 미국은 7만석 규모의 LA 소파이 스타디움이 있다. 영국은 수도 런던에 9만명이 입장할 수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이 있다. 모두 스포츠 경기와 공연이 가능한 복합 시설이다.
유명 해외 아티스트들의 아시아 투어 때에 한국을 제외하는 '코리아 패싱(한국 배제)'도 이같은 인프라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BTS도 2019년 웸블리 스타디움(2일간 11만명), 2021년 소파이 스타디움(5만 3000명)에서는 많은 수의 관람객을 동원했지만 정작 국내에는 이 규모의 시설이 없다.
이에 따라 'K컬처 아레나'(가칭)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수도권에 스포츠·공연 돔 건립을 추진 중으로 규모는 5만여석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K팝 진흥을 위해 우리도 5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스포츠와 공연 양쪽을 다 반영해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수요 조사, 예상 수익 등을 파악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계와 정부 추정치 등을 종합하면 5만석 규모의 구장 건립에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립 예술단체 관계자는 "5만석을 채울 수 있는 아티스트도 한정적이고 체육 경기도 매일 열리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