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품 150억, 한국은 반값도 안돼…J미술 인기 씁쓸한 K미술

오진영 기자
2026.04.21 13:00
지난달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낙찰가 2위를 기록한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 사진제공= 서울옥션

"이달에만 일본 작품을 10점 가까이 거래했습니다. 우리 작품보다 훨씬 인기도 많고 가격도 높네요."

최근 만난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는 올해 일본 작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미술 작품부터 '우키요에'(전통 판화), 조각, 도자 등 작품군도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억 단위에 가까운 작품이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일본 작가의 중저가 작품뿐만 아니라 고가 작품을 찾는 국내 수집가들의 발길이 꾸준하다"며 "당분간은 일본 작품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우리 미술계를 휩쓰는 '일본풍'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 중인 미술 수요가 일본 작품에 집중되면서 대형 계약이 잇따른다. 미술계는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우리 작품의 가치도 높아지길 바란다는 아쉬운 목소리를 낸다.

21일 미술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미술시장을 가장 달궜던 두 사람은 일본인인 나라 요시토모와 쿠사마 야요이다. 현재도 활동 중인 두 작가의 작품은 서울옥션에서 각각 150억원(낫싱 어바웃 잇), 104억 5000만원(호박)이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경매가에 낙찰되며 국내외 수집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지만 이 정도 금액에 낙찰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티 넷'이 20억원,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가 3억 5000만원에 팔려나가는 등 일본 작품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갤러리를 통한 직접 거래도 꾸준한 양상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화랑미술제에서도 에노모토 마리코 등 일본 작품이 판매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 수집가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놓고 봐도 한국의 일본 미술 인기는 특이한 경우"라고 평했다.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일본 미술품의 수요가 높은 이유는 가치 변동이 적으면서도 현금화가 쉽다는 점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외국인 수집가들과의 거래가 용이하다. 나라 요시토모와 무라카미 다카시 등 현대미술 작품이 주력이라는 점도 요인이다. 디지털 아트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체계가 잘 구축돼 있어 젊은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다.

미술계는 물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안정된 우리 미술시장의 활성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하반기 예정된 초대형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에서도 일본 작품의 출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국제 예술 플랫폼인 아츠퍼는 일본을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고급 미술품의 핵심 거점으로 꼽으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수집가와 갤러리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이우환이나 박서보, 김창열 등 일부 인기 작가를 제외하면 해외 작품에 비해 가격이 낮거나 수요가 낮다. 지난달 서울옥션의 경매 낙찰가 상위 10위에도 우리 작가는 3명에 그쳤다. 미술 플랫폼 관계자는 "갤러리들이 단기 수익에 치우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우리 작품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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