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밀려 맥을 못 추던 극장가가 '대박 영화'의 잇단 등장으로 미소짓는다. 할인권 배포 확대로 낮아진 부담, 긴 연휴와 흥미로운 영화의 증가 등 요인으로 올해 '1000만 영화'가 더 늘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26일 영화권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극장가를 찾은 관객은 4589만 65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8만 6923명)보다 31.9% 증가했다. 국내영화의 약진도 도드라졌다. 국내영화 점유율은 67.7%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으며 매출은 3057억여원으로 이미 전년 전체 매출(4191억원)의 73%에 도달했다.
신기록도 이어졌다. '왕과 사는 남자'는 168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맥이 끊겼던 천만 영화 계보를 이었고 '살목지'는 국내 개봉 공포영화 중 1위에 올랐다. 칸 영화제 초청작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군체'는 올해 최단 시간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박스오피스에 이 정도로 우리 영화가 많았던 적은 올해가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외화의 선전으로 간신히 '1억 관객' 선을 붙들고 있는 영화계의 침체를 씻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 한 편의 천만 영화도 나오지 않은데다 매출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넷플릭스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유튜브의 가입자 수가 점차 치솟는 것과 맞물려 '영화관 산업은 끝났다'는 우려까지 등장했다.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국내 상업영화는 22편이다. 연간 40~50여편이 개봉하던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이 주된 요인이지만 배급사들이 흥행 가능성이 높은 기대작 중심으로 진형을 다시 꾸린 영향도 있다. 때문에 하반기 '왕사남','살목지'를 뛰어넘는 흥행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황금종려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특유의 높은 완성도로 해외 팬들을 사로잡으며 기대를 끌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의 후속작 '국제시장2'나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도 시선을 모은다. '어벤져스'나 '오디세이', 듄3' 등 개봉을 앞둔 대형 외화에 뒤지지 않는 흥행 기록을 쓸 수 있는 작품들로 손꼽힌다.
정부가 제공하는 영화 할인권도 극장가의 '부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27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450만장의 영화 할인권을 배포한다. 할인권이 지속적인 영화 관람을 유도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영화진흥위의 집계에 따르면 영화 할인권이 배포된 지난해 7월 25~31일 극장 일평균 매출액은 50억 5000만원으로 배포 전 평균치(23억 8000만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영화계는 국산 영화의 질을 개선해 '코어 관객'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국내 영화의) 부진 원인은 OTT의 물량공세도 있지만 질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양산형 영화보다는 관객을 사로잡을 수준 높은 영화가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