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볼 땐 몰랐는데…" 현장서 느낀 역사의 무게

정인지 기자
2026.06.08 04:00

남영동 찾아간 중학생들
고문·조사실 직접 둘러보며
민주주의 가치·의미 되새겨

지난 1일 경기 영성중학교 학생들이 서울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교육부

"여기에 사람들을 묶고 고문했던 거예요." 서울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인솔 직원이 이렇게 말하자 학생들은 굳은 얼굴로 고문대를 쳐다봤다. 두껍고 기다란 장대와 쇠 야구방망이 등이 함께 비치된 M2(옛 대공분실) 3층 특수조사실에는 구체적인 고문내용 등이 전시돼 다른 전시실과 달리 13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다.

경기 영성중학교 역사동아리 '피스메이커' 학생 14명은 지난 1일 오후 2시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현장인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찾았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방문한 5층 조사실은 15개 방의 방문이 엇갈려 있었다. 고 김근태 전 의원과 수많은 대학생이 간첩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각종 고문을 받은 곳이다.

박 열사가 물고문 끝에 숨진 509호는 유일하게 1980년대 조사실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김 전의원이 고문 일시와 방법, 가해자의 이름 등을 기억해 폭로하면서 남영동 대공분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박 열사의 죽음으로 6월 민주화항쟁이 일어나게 됐다. 강현준 학생(3년)은 "당시 대학생이었다면 솔직히 고문이나 총, 최루탄이 무서워 시위에 나가거나 주도적으로 민주화 투지를 드러내지는 못했을 것같다"고 했고 김수현 학생(2년)은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알리며 투쟁을 같이했을 것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찾은 3층의 모습은 더욱 참혹했다. 3층에는 특수조사실, VIP실, 감시목적의 ITV기계실 등이 있었다. 이종관 역사교사는 "지식으로 공부하면 잊어버리지만 현장체험을 해보면 절실히 느끼게 된다"며 "앞으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나올 때 아이들이 이런 기억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현장체험학습은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하반기부터는 시도교육청에서도 지역특화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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