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롯데월드 순위 뚝
놀이기구 중심 경쟁엔 한계
디즈니 등 IP 활용 외연확장
협업·연계 콘텐츠 육성 시급

한때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내 테마파크가 이제는 20위권으로 밀려났다. 1976년 자연농원(현 에버랜드) 개장 이후 50년 가까이 성장해온 한국 테마파크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테마파크들이 강력한 IP(지식재산권)와 체류형 콘텐츠를 앞세워 몸집을 키운 사이 국내 업체들은 성장 정체에 직면했다.
7일 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TEA)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2006~2010년 세계 테마파크 방문객 순위 10위를 유지했다. 당시 연간 방문객은 617만~750만명 수준이었다. 2006년에는 750만명이 찾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순위가 꾸준히 하락해 2024년 기준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방문객수 역시 560만명으로 2006년과 비교하면 약 190만명 감소했다.
롯데월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2010년 세계 14위까지 오른 롯데월드는 이후 순위가 하락하며 2023년 23위로 밀려났다. 2024년에는 방문객수가 전년보다 11만명 늘었지만 순위는 23위에 머물렀다.
반면 글로벌 상위권은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장악했다. 2024년 세계 1위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매직킹덤'(1783만명)이고 2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파크'(1739만명)였다. 이어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1600만명), 일본 지바현의 '도쿄 디즈니랜드'(1510만명), 중국 상하이의 '상하이 디즈니랜드'(1470만명)가 뒤를 이었다.
국내 테마파크가 밀려난 배경으로는 산업구조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대형 롤러코스터와 신규 놀이기구가 경쟁력을 좌우했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은 IP와 체류형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어트랙션 중심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과거에는 더 높고 빠른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강력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단순 놀이기구는 한 번 경험하면 수요가 줄어들지만 영화·게임·캐릭터 IP는 반복방문과 추가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사례가 디즈니와 유니버설이다. 디즈니는 마블·스타워즈·겨울왕국 등 영화 IP를 활용해 테마파크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했고 유니버설은 해리포터와 닌텐도 IP를 활용해 재방문 수요를 끌어냈다. TEA에 따르면 2024년 세계 테마파크 방문객 순위 상위 25곳 가운데 12곳은 디즈니 계열, 5곳은 유니버설 계열이다. 상위 25곳 중 17곳이 사실상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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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요 테마파크가 관광 인프라와 결합해 성장한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미국 올랜도와 일본 오사카는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호텔과 쇼핑시설, 교통망이 연결된 관광생태계를 구축했다. 실제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도쿄 디즈니랜드 등은 테마파크 방문 자체가 여행의 주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국내 테마파크는 여전히 한국 여행일정 중 한 곳으로 방문하는 비중이 높다.
국내 업체들도 변화에 나섰다. 롯데월드는 포켓몬과 메이플스토리, 콩×고질라 등 외부 IP 협업을 확대하고 에버랜드는 판다 푸바오를 앞세운 '바오패밀리' IP를 육성 중이다. 업계에서는 K팝·웹툰·게임 등 K콘텐츠와 결합한 IP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글로벌 테마파크들은 영화·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IP를 생산하고 이를 테마파크와 연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IP를 육성하고 지속적인 콘텐츠·시설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