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조 쏟아붓는데...'몇백억 쓰는 것도 힘들다' K테마파크 돌파구는

중국은 2조 쏟아붓는데...'몇백억 쓰는 것도 힘들다' K테마파크 돌파구는

오진영 기자
2026.06.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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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한국 테마파크 (下)

[편집자주] 한국 테마파크 산업이 전환점에 섰다. 1976년 에버랜드의 전신 '자연농원' 개장 이후 50년 동안 성장해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존재감이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테마파크가 강력한 IP와 몰입형 콘텐츠로 진화하는 사이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어트랙션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테마파크 산업의 위기와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투자 여력·재미 없는 한국 테마파크…인기 'K콘텐츠'가 해법될까

지난해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레고랜드 찾은 시민들. / 사진제공 = 레고랜드
지난해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레고랜드 찾은 시민들. / 사진제공 = 레고랜드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시설 면에서 열세인 국내 테마파크의 돌파구는 IP(지식재산권)가 꼽힌다. 국내외 고정 팬층을 보유한 인기 IP를 활용해 특색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테마파크들은 최근 IP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월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P로 꼽히는 '포켓몬'과 최초로 협업해 다양한 어트랙션을 선보였다. 입소문을 타며 1주 만에 유튜브·SNS(소셜미디어) 조회수 300만건을 넘겼다. 지난 4월에는 '국민게임'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공간을 선보였다. 첫 주말 외국인 관람객이 14% 늘 정도로 인기가 많다.

연내 전 세계 최초로 몬스터버스 유니버스를 활용한 '콩X고질라' 어트랙션도 공개한다. 역대급 규모의 투자비가 투입된다. 자체 캐릭터인 '로티'와 '로리'를 활용한 IP 확장도 추진 중이다.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며 인기를 얻어 글로벌 채널 구독자 450만여명을 확보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새 콘텐츠를 꾸준히 발굴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버랜드는 판다인 '바오패밀리'를 내세운 IP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바오패밀리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판매 개시 1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의 '히트템'이다. 삼성라이온즈(프로야구)나 수원삼성(프로축구) 등 스포츠 구단과 협력하는 등 확장성도 뛰어나다. 국내 첫 IP형 테마파크인 레고랜드는 레고의 대표 IP '닌자고'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을 공략한다.

/그래픽 = 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 = 김현정 디자인기자

업계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IP형 테마파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미국의 초대형 테마파크 '월트 디즈니 월드'나 조 단위 예산을 쏟아붓는 '도쿄 디즈니랜드' 등 해외 테마파크와 물량게임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테마파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성장한 롯데월드의 매출은 4019억원이다. 몇백억원이 필요한 신규 어트랙션 도입을 쉽게 결정하기는 힘든 수치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를 활용할 수도 있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강력한 자체 IP를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게임이나 웹툰·영화 등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와 결합한 '한국형 IP 테마파크'의 조성이 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K콘텐츠 수출액은 22조8000억여원으로 월트 디즈니 월드의 연매출 추정액(20조원)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와 결합한 한국형 IP 테마파크가 장기적인 성장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의 한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강력한 IP를 보유한 테마파크는 상대적으로 (새 어트랙션에 대한) 투자 부담이 적으면서도 지속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며 "콘텐츠 산업의 장점인 굿즈(기념품)·연관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2조 쏟아붓는데"…불편하고 먼 K테마파크, 갈 이유가 없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경. / 사진제공= 상하이 디즈니랜드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경. / 사진제공= 상하이 디즈니랜드

"미국 올랜도, 일본 오사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테마파크와 같습니다. 디즈니월드를 방문하기 위해 도시를 찾는 외국인도 많죠."(국내 테마파크 관계자)

국내 테마파크의 오랜 고질병은 '비용'과 '면적'이라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어트랙션을 설치할 면적은 부족한데 설치·관리 비용은 높으니 시설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 국민의 이용 수요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테마파크의 영업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 에버랜드를 관리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0억원 감소했으며 서울랜드는 5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경주월드의 매출은 8% 성장한 448억원이지만 순이익은 30억원으로 6.9% 감소했다. IP를 활용한 대형 콘텐츠를 선보인 롯데월드만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성장했다.

테마파크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저하와 핵심 소비자의 해외 이탈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관리 비용도 걱정거리다. 경남의 한 테마파크 고위 관계자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30도 이상 나면 '극한 기후'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40도 이상 벌어질 때도 수두룩하다"며 "같은 어트랙션을 들여오더라도 관련 유지 비용이 배로 뛰어오른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어 외국인 방문객을 늘려야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낮은 접근성과 부족한 안내 인력, 숙박 시설 등 '맞춤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항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에버랜드는 김포공항에서 대중교통 기준 2시간여가 소요되며 경주월드는 1시간 40분가량 필요하다. 30분~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한 중국 상하이·일본 도쿄와 대조적이다.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해외의 경우 테마파크를 보유한 도시 전체가 관람객의 '편리한 방문'에 맞춰져 있다. 자체적인 교통 수단을 갖추고 모든 파크가 4차선 이상의 도로로 연결된 미국 올랜도 월트 디즈니 월드나 중국 정부로부터 2조원이 넘는 융자를 받은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중국의 경우 상하이를 찾는 관람객이 50% 가까이 늘자(2025년 기준) 아예 추가 디즈니랜드 도입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정도다.

업계는 국내 테마파크의 성장에 필수적인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 수단의 개편과 해외 홍보의 확대, 인기 콘텐츠와의 결합 등이 언급된다. 대형 숙박시설을 조성할 수 있도록 테마파크 관련 규제 정비, 투자 확충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레고랜드 조성 당시에도 춘천 내 대형 숙박시설이 부족해 수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대형 테마파크 하나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며 "디즈니랜드를 위해 지하철 노선을 새로 깔다시피 한 홍콩처럼, 우리도 글로벌 테마파크에 걸맞은 진입 기반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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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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