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비용 부담과 환율 상승, 안전 문제 등 요인이 겹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아웃바운드(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관광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한편 만성적인 '관광 적자'를 해소할 계기라는 기대도 나온다.
20일 한국관광공사와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인 해외관광객은 200만 4723명으로 2023년 6월(177만 1962명)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 봐도 1496만여명으로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2019년 대비 99.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6.9%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상반기 1071만여명)에 도달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국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를 향한 여행객이 감소했다. 유럽·북미 등 장거리 국가 외에도 한국인의 '최애' 여행지였던 동남아시아의 부진이 뚜렷하다. 6월 기준 베트남(16.5%), 태국(12%), 필리핀(10.1%) 등 국가의 감소 비율이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몇 년 동안의 해외여행 '붐업'(활성화)을 감안하면 이같은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관광업계는 안전 문제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부담, 원화 약세(환율 부담) 등이 겹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총기 난사 사건(태국), 연쇄 표적납치 사건(필리핀), 대형 지진(인도네시아) 등 안전 문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해외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극성수기(7~8월)에도 안전 문제로 여행을 취소·변경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대로라면 아웃바운드 업계의 실적 악화는 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줄어든 해외여행 수요의 일부분은 국내여행으로 돌려졌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국내여행객 숫자, 여행 전 관심도, 투숙객 수 등 주요 지표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개선됐다. 특히 관광소비는 93조원을 돌파하며 같은 기간 8.4% 증가했는데,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며 숙박·음식·체험 등 전 분야에서 소비액이 치솟았다.
만성적인 관광 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여전히 해외여행객 수가 외국인 관광객보다 300만~400만명 정도 많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여행지에 집중돼 있고 외국인의 관광소비도 꾸준히 증가 중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난 7월까지 쓴 금액은 12조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했는데, 연간 관광 적자 규모(14조~15조원) 전체와 비슷한 수치다.
변수는 환율과 유가 진정 여부다.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개천절·한글날 휴무, 겨울 방학 등이 잇따라 예정돼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면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지역 거점공항의 직항편은 한 발 앞서 늘어나는 분위기다. 청주(일본 하코다테), 김해(중국 항저우), 양양(중국 상하이) 등 공항이 올해 직항 노선을 개설했거나 할 예정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올해 관광 수지는 9~10월 해외여행 수요에 달려 있다"며 "국내여행 소비·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등이 꾸준히 증가 중이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평년 수준이더라도 큰 폭의 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