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자리 걱정하던 정부, "고용지표 좋다?"

세종=정진우 기자
2015.04.17 06:35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시한으로 못박았던 지난달 31일. 서울대에선 '한국의 노동시장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란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찾은 기자에게 이날 주제는 의미심장(?)했다.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노사정이 서로 약속한대로 개혁이 진행될텐데, 마치 "대타협이 안될 수도 있으니,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으로 읽힌 탓이다.

실제 토론회 분위기도 그랬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역사를 살펴보면 노사정 대타협은 IMF(외환위기)때처럼 위기시에만 가능했다"며 "노사정이 결론내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날 대타협은 결렬됐고, 노사정은 서로 상대 탓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노사정 모두 TV 개그프로에 나오는 '도찐개찐'(도긴개긴의 잘못된 표현)이었다. 양보없는 노측, 앓는 소리만 하는 사측, 몰아 붙이는 정부 등 노사정이 따로 움직였다.

문제는 노사정 대타협 불발 이후 정부의 고용시장에 대한 애매한 태도다. 정부는 그간 노사정 대타협이 성공하면 고용시장 개선과 더불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수록 고용상황이 좋지 않고, 청년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빨리 대타협을 해야한다는 논리였다. 대타협이 결렬됐을때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일자리'를 걱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 앞에서 고용통계를 공식 발표할 땐 이런 걱정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금 고용상황이 좋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는 등 앞뒤가 맞지 않았다. 지난 15일 기재부 경제정책국과 고용부 고용정책실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완만한 경기회복 등으로 고용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다"며 "고용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자 증가수가 65만명에서 1년새 34만명으로 거의 반토막난 상황인데, 정부는 기저효과일뿐 고용상황이 양호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이중적 행태를 보이니까 노측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고용이 좋아질거라는데, 누가 대타협에 나서겠냐는 것. 노측과 협상할땐 고용상황이 "안좋다"고 우는 소릴하고, 국민들한텐 "좋다"며 웃으니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는 취업자 증가수가 30만 넘은게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용이 좋지 않다고 하면 각종 고용정책의 효과가 없다고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하려면 일관성과 신뢰를 보여야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선 타협이 이뤄질 수 없다. 1997년 IMF때 같은 위기상황이 오면, 정부는 그때가서 또 뒤늦게 정책 실패를 인정할 것인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