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 수출'보다 '의료 관리'가 먼저

안정준 기자
2015.12.07 03:30
국제경제부 기자

"우리 보건의료 관리체계의 민낯이 드러난 한 해였습니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문득 이렇게 말했다. 의료 해외진출 지원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의료 해외진출을 준비하기에 앞서 '안방 의료'의 기본적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요지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부터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까지, 올해는 우리 보건의료 관리체계의 허점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 해였다.

국민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남은 사건은 메르스 사태일 것이다. 지난 5월 첫 확진자 발생을 시작으로 지난 달 국내 마지막 환자 사망에 이르기까지 메르스는 반년동안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 치사율 20.4%의 피해를 남겼다. 해외 관광객 유입 감소와 내수 위축 등 보건의료의 테두리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끼친 영향도 상당했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메르스 사태가 수습되던 지난달 발생했다. 작은 동네의원 한 곳에서만 감염자가 82명이 나왔고 감염자 수는 앞으로 더욱 불어날 수도 있다. 한 번 감염되면 대부분 만성으로 진행되는 C형 간염은 경우에 따라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연결돼 사망할 수도 있다.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본인이 3개월간 약 4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두 사건 모두 '예견된' 인재였다. 응급실 과밀화가 극심한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고질적 '의료쇼핑' 관행은 정체모를 감염병이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에 유입될 경우 언제라도 집단 감염으로 번질 뇌관이었다. 뇌내출혈로 주사기를 잡은 손을 떨 정도의 의사를 걸러내지 못한 허술한 의료 면허관리 체계도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사건'이 아니다. 보건당국이 내놓은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의료 면허관리 강화' 대책은 그래서 사후약방문이다. 미리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때문에 두 사건을 통해 정말로 대비해야 할 것은 우리 보건의료 관리체계 어디라도 있을 지모를 또 다른 허술한 부분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 해외진출 법안 통과로 2017년까지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의료기관과 국내 의료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지금보다 각각 28%, 85%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우리 의료기술을 감안하면 가능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의료 관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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