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모든 업무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것인데 공정위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억울하다.”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한 식당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내내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신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굵직한 사건의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예컨대 롯데그룹 지배구조만 해도 “일본 국적을 가진 사람과 일본 기업인 광윤사 주주현황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공정위가 지난해까지 마무리 하겠다던 대형마트의 불공정행위, 연내 심사보고서를 상정하겠다던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등 주요 사건들은 해를 넘겼다.
신한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조사는 2012년 7월 조사에 들어간 뒤 3년이 넘었지만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같은 장기 미해결 사건으로 인해 불공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덕을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 될 정도다.
공정위는 사건은 급증하는데 제한된 인력으로 갈수록 지능화되는 법 위반 행위를 입증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입장이다. 또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결론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공정위의 행정처분에 대한 패소율이 높다는 시각 역시 공정위가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의 처지는 다르다. 공정위의 심사기간이 길어질 수록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 등의 기다림과 고통은 커지고 경제 민주화를 위한 공정위의 의지나 노력을 인정 받기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0인 10색 각각 답이 다를 수 있지만, ‘갑’보다 ‘을’의 말을 경청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정교하되 빠른 일처리로 우리 사회의 ‘을’들이 경제 민주화를 체감할 때, 정 위원장이 느끼는 억울함도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