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무적'이지 않은 유일호 부총리

세종=정현수 기자
2016.02.21 18:15

지난해 2월 17일 개각이 있었다.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도 교체 대상이었다. ‘유일호’라는 이름이 등장하자 국토교통부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당시 국토부를 출입하고 있던 기자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하마평에 오르지 않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어 그의 명함은 달라졌다. 국토교통부 장관으로서의 재직기간 8개월 남짓. 이제 유일호라는 이름 뒤에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부총리 자리 역시 ‘깜짝 인사’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유 부총리 스스로 국회 복귀를 희망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달 13일 부총리에 취임했다. 그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기간이 짧아 어떤 평가를 하긴 쉽지 않다. 그의 공과 과가 분명히 있을 테지만 국토교통부 내부적으로 ‘공’을 보는 쪽은 ‘정책 드라이브’를 많이 걸지 않았지만,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그대로 묵묵히 밀고 나갔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총리를 맡은 지 어느새 한 달 하고 일주일. 부총리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다. 3기 경제팀을 이끌고 있는 유 부총리의 리더십이 아직은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정책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강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경제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점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지만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좀 더 곱씹어보면, 비판적인 여론 속에서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 유 부총리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통상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전통적으로 정무적 감각이 뛰어 났다. 정무적이란 표현은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다. 합리적이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설 수 있고 혹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 장관부터 지켜본 유 부총리는 위험한 의미의 ‘정무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유 부총리에 대한 평가의 이면에는 최경환 전 부총리의 그늘도 느껴진다. 최 전 부총리는 기재부 내부에서 인기가 많았다. 핵심 이슈를 선점하고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었고 국회와 싸울 때는 싸울 줄도 알았다. 그래서 기재부 관료들은 최 부총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렇지만 유 부총리가 전임자의 속도와 성향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유 부총리만의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면 되고 유 부총리는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만나본 기재부 관료 중 유 부총리를 변론하는 이들이 유독 많다. 긍정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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