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대한민국 복지 사각지대 민낯 드러나다

박성대 기자
2016.02.26 04:45

[역사 속 오늘]송파세모녀 자살 사건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주택 반지하 방에 살던 박모씨가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기 전 집주인에게 남긴 메모. / 머니투데이DB

2014년 당시 61세였던 박 모씨(여)는 2006년부터 두 딸과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 주택에서 살았다. 그들은 작은 방 2개, 화장실과 부엌으로 이뤄진 33㎡ 남짓한 공간에서 구형 폴더 휴대전화 1대를 함께 쓸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박씨는 2002년 남편이 방광암으로 사망한 뒤 식당 일을 하며 홀로 생계를 꾸려왔다.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심하게 앓아 전혀 일을 할 수 없었고 작은 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해왔을 뿐 일정한 직장이 없었다. 두 딸 모두 신용불량자였다.

이 세 모녀는 2년 전 오늘(2월26일) 오전 8시30분쯤 자택 침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방 안엔 타다 남은 번개탄 1개가 은색 냄비 안에 담겨 있었다. 창문과 문 틈새는 연기가 나가지 않게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정말 죄송하다"며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가슴을 먹먹하게 한 가난한 가족의 슬픈 죽음이었다.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한 건 이들이 자살 직전까지 저소득층의 최소 생계를 떠받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나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층을 위한 의료급여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2011년 관공서에 복지 지원을 타진했으나 대상 조건을 만족하지 못함을 알게 된 뒤 재신청을 하지 않고 생활해 왔다.

당시 정부에선 취약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세상에 빚을 지기 싫다며 공과금을 줄곧 내왔기에 관할구청에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박 씨가 지자체에 수급신청을 재차 하진 않았지만 사회안전망과 행정적 배려가 더 촘촘했었다면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해 12월 최동익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정안, 소위 '송파 세모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송파 세모녀법은 사회보장 관련 정보 또는 신청능력의 부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보장수급권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이들을 발굴·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이 통과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담당 인력 부족과 거주지 불분명 등의 이유로 저소득층 발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돼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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