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외 문자, 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금지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의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국회 법안 발의에 이어 민관이 합동으로 캠페인에 나서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사생활 보호 측면은 인정하면서도, 업무 유연성 및 경쟁력을 지나치게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고용노동부와 관계부처, 경제5단체는 30일 올 하반기부터 근무시간 외 전화·문자·카카오톡 사용을 자제하고 기업 차원에서 응답 문자를 발송하는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퇴근 후 카톡 금지법'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고용부도 내부적으로 의원 법안에 발맞춰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등 ‘스마트기기 업무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표방하는 이 같은 조치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늘어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과 개별 기업의 현실적인 업무 여건이다.
근로자의 사생활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캠페인을 넘어선 법제화나 가이드라인 제정 등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아직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한 국가는 없다. 독일 정치권은 최근 입법 논의를 했지만, 쉽사리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만이 지난 2월 발의한 상태지만, 전체 노동개혁 법안의 통과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법으로 규정되는 순간 근로자에는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거나 부당노동 행위로 여겨져 불필요한 분쟁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권리 이전에 노사가 협의를 통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전일제 등 전통적 근무형태가 무너지는 시대적 배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시간선택제, 유연근무제 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근무형태를 장려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스마트워크'(Smart Work)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확산해 나가는 정책 방향과도 모순점이 발견된다. 근무시간과 근무 외 시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흐름을 애써 붙잡아두려는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스마트워크 등 다양한 근로 형태와 근무 시간을 고려하면 일률적인 업무시간 외 연결금지의 법제화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효율성과 유연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법제화나 가이드라인 이전에 노사 간 기업문화가 우선 성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로자들이 사생활을 존중받기 원하는 만큼, 근무시간에 대한 엄수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업무시간에 인터넷 쇼핑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 등 딴짓을 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무실로 쉴 틈 없이 배달되는 개인 택배로 인해 업무가 어려울 지경이라는 한 기업인의 불평을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노사협의를 통해 업무시간 외 문자, 전화 등을 제한하고 있는 독일도 근무시간 중에는 핸드폰도 들여다보지 않는 등 개인적 업무를 보지 않는다는 개념이 확실하다"며 "근무시간 외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함께 노사 간의 성숙한 기업문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생산성 있는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