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면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발행지원 등 예산을 신속집행하면서 이러한 소비 진작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2.5% 상승해 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6.9%)로도 2022년 10월(7.3%)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석유 및 석탄 제품 상승률이 전월 대비 31.9%로 집계됐다. 중동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 차질 등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지난 2월 중동 전쟁이 시작된 이후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2.2%, 4월 2.6%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달 2% 후반에서 3%대까지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1500원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 22일까지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했다. 고환율발 수입 물가 상승은 결국 국내 물가 전반을 자극하는 기폭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3~0.5%포인트(p)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반되는 복합 충격이 물가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예산 신속 집행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연장, 매점매석 등 불공정 거래 단속 등 범부처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소비 진작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서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0일 6조원 규모의 민생분야 중점관리 사업의 상반기 집행 목표인 3조7000억원(집행률 61.6%)을 이번 달 조기 달성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은 82.4%, 온누리상품권 발행지원은 75.3%, 햇살론특례보증은 100% 집행됐다.
추가경정예산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신속집행 관리대상 10조5000억원 중 6조1000억원(58%) 집행이 완료됐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관련 예산의 99%인 4조7000억원을 신속 교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데 쓰여야 할 돈이 지역화폐에 쓰이면 소비가 발생하고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원자재 등 공급 우려로 물가가 오르는 건데, 소비 측면에서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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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소비 진작 정책으로 물가 상승의 우려가 있다"며 "우리가 우려했던 것만큼 원자재 수급이 줄었다면 지금보다 물가가 훨씬 더 많이 올랐을 텐데, (공급 감소가 크지 않아) 지금으로선 운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3월 추경으로 인한 물가 자극 우려에 대해 "국채발행을 하지 않은 추경이라 물가 영향은 적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오늘의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는 물가상승분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반도체·AI 분야의 기업실적 폭발이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수출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이익, 임금, 자산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형성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면 인식의 틀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