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대리납부로 옥죄이는 소상공인…국회·정부 계속 입질

김태형 기자
2016.08.24 07:30

[같은생각 다른느낌]부가세 탈루가 심한 유흥주점업에 국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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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세법개정안’에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포함시키면서 3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또다시 울상을 짓고 있다.

부가세 대리납부제는 신용카드 매출에 한해 소상공인이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공급가액과 부가세를 합한 금액을 지급받아 부가세를 신고납부하는 대신 신용카드 회사가 소상공인에게 결제대금의 90%만 지급하고 부가세 10%는 직접 국세청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소상공인은 부가세 대리납부제가 현금유동성을 크게 악화시킨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110만원(부가세 10만원 포함) 신용카드 매출이 발생할 경우 현행 제도 하에서는 부가세를 신고납부할 때까지 법인은 최대 3개월, 개인사업자는 최대 6개월 동안 매출세액 10만원을 영업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부가세 대리납부를 하게 되면 소상공인은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부가세를 뺀 100만원만 받게 돼 부가세 10만원 만큼 영업자금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상공인이 물품을 사올 땐 부가세(매입세액)가 포함된 매입가 전부를 지급하는데 신용카드 매출의 경우 매출세액을 돌려 받지 못하니 현금유동성 압박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다.

결국 부가세 대리납부를 하면 현재보다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가량 현금유동성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신용카드 매출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일수록 그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사실 부가세 대리납부는 지난해 도입을 놓고 이미 한바탕 설왕설래가 있었던 제도이다. 국세청는 지난해 10월 국세행정포럼을 통해 부가세 대리납부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었다.

그 배경은 부가가치세 총체납액이 7조4484억원(2013년 기준), 전체 세금 체납액의 29.5%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가공업체를 통한 부가세 탈루나 폐업 이후 부가세 미납 등이 체납의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부가세 체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신용카드 회사가 부가세를 대신 납부하는 안이 제시됐다. 현재 금괴와 골드바, 구리스크랩 등 일부 B2B 거래에서 세금 탈루를 방지하고자 매입자가 부가세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

다만 부가세 대리납부가 소상공인들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해 적용 범위를 부가세 탈루가 빈번한 유흥주점업과 주유소업에 국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국세청의 부가세 대리납부 추진에 반대했다. 이미 신용카드 거래는 내역이 공개돼 있어 탈세 가능성이 적으며 업종마다 다른 부가세 납부기준을 적용하면 조세체계의 일관성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논란 속에 19대 국회 때인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이 신용카드 회사가 면세 사업자를 제외한 일반 사업자를 대리하여 부가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선 국세청이 추진하던 정책보다 더 강력하게 부가세 대리납부를 모든 업종으로 확대 적용했다.

그러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초 국세청이 부가세 대리납부제를 또다시 추진했다. 이번에는 주유소업을 제외하고 유흥주점업만을 대상으로 부가세 대리납부를 기재부에 건의했다. 다만 영세 자영업자의 조세저항이 클 것을 우려해 사업자의 부가가치세 환급시기를 앞당기고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결제금액의 일부를 세액공제 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재부는 시행으로 인한 효과가 미미하고 조세저항을 우려해 난색을 표했다. 이후 부가세 대리납부제 논의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가 싶었다.

그런데 지난 2일 갑자기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제도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미 지난해 국세청과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주장했던 사안을 이번엔 야당에서 끄집어낸 것이라 충분히 의아할 만했다.

그 배경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지출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확장적 재정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소득 계층과 법인에 대한 조세부담률을 높여 세수증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가세 대리납부는 굳이 조세부담률을 높이지 않아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대상 업종에 주유소를 제외하고 유흥주점업과 함께 대신 대형마트·백화점을 포함시켰다. 대형마트·백화점은 신용카드 사용이 많은 대표 업종으로 도입이 쉽고 효과를 측정하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시범사업을 거쳐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곧바로 모든 소상공인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침이다. 부가세 대리납부제가 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면 발생하게 될 경제적 영향과 조세저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세저항을 줄이고자 사업자가 받을 수 있었던 부가세의 이자부분만큼 보조금을 도입하거나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국세청과 일부 학계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지난해 새누리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시범사업 업종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여전히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소상공인들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부가세 대리납부제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조세탈루를 막고 세수를 늘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운용할 수 있는 가용 현금이 일시적으로 줄어 소상공인을 재정적으로 옥조일 수 있다. 게다가 카드사의 대리납부를 위한 시스템 보완부터 먼저 이뤄져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다.

차라리 처음부터 조세탈루가 큰 유흥주점업으로 타깃을 한정했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업종까지 확대된다면 나타날 문제가 단지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크다 .

아무리 이상적으로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풍선효과가 독(毒)으로 작용한다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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