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자 취급받는 민간발전사…그대로 놔두면 존폐위기

김태형 기자
2016.10.03 06:30

[같은생각 다른느낌]한전은 최대이익 잔치 vs 민간발전사는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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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환경오염 문제에서 석탄보다 깨끗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 민간발전사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민간발전사 A임원은 “독점 공기업인 한전에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고 있어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며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

현재 전기 구매와 판매를 독점하는 한전은 민간발전사로부터 원가대비 가장 싼 가격으로 전기를 사오고 국민들에게는 비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 국민은 국민대로 비싼 전기료에 불만이며 민간발전사는 손해 보는 사업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1년 전력부족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사태를 겪은 이후 민간에게 발전소 진입이 허용됐다. 당시 정부는 건설기간이 석탄(7년), 원전(10년)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대기오염이 적은 LNG 발전소(5년)를 적극 유도했다.

그러나 지나친 수익논리를 앞세운 전기구매 정책으로 민간발전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발전단가가 가장 싼 발전소부터 전기를 구입하는데 2016년 9월 기준 발전단가는 킬로와트(kwh)당 대략 원전(5원)-석탄(35원)-LNG(75원) 순이다.

그런데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하면서 에너지원에 상관없이 킬로와트(kwh)당 73원 정도를 지급하기 때문에 LNG발전소는 발전단가 75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LNG발전소는 가동할수록 손해가 늘어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도 민간발전사는 전력거래소에서 전기생산 요청이 오면 거절할 수 없다. 게다가 전기 사용량 급증에 대비해 항시 가동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만 따져서 전기를 마음대로 생산하거나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다량 배출해 대기 오염을 악화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태양에너지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일조량이 많은 낮시간에만 생산돼 일정한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전면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LNG발전은 환경 문제를 덜 일으키고 갑작스런 전력 수요량 증가에 가장 빨리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산업의 예비군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LNG를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우 에너지 이용효율이 석탄발전 대비 35~40%포인트 높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력수요지 인근에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공급하기에 고질적인 송전 손실 경감과 장거리 송전선로 사고시 광역정전 예방에도 크게 기여한다.

독일의 경우 전력판매사업자들이 집단에너지 사업체에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구매해 공급하는 등 유럽은 각종 지원을 통해 집단에너지사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단가가 높은 우리나라의 LNG발전은 한전의 구입순서에서 밀리고 마진이 적다보니 LNG발전량이 2010~2014년 60~70% 수준에서 2015년 40% 이하로 급감했다. 정부의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석탄발전량 비중은 2015년 36.6%에서 2029년 38.3%로 높아지나 LNG 발전량은 27.8%에서 8.9%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정부에서는 지난 7월 발전설비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을 인상해 민간발전사의 어려움을 덜어주기로 했다. CP란 발전사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지급하는 고정비 회수 성격의 지원금으로 지난 15년간 동결돼 왔다.

그러나 올해 여름 찜통더위 속에 가정용 전기요금 6단계 누진제의 불만이 터져 나온데다 최근 국정감사가 열리면서 CP 인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LNG 발전사에게 주는 비용이 높아지면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민간발전사의 어려움과 달리 지난해 한전과 자회사의 이익은 급증해 한전은 10조원대(한전부지 처분이익 8조6천억원 포함),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5사는 1조801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발전자회사는 LNG복합발전과 석탄발전을 겸하고 있고 LNG발전으로 인한 손해액은 석탄발전에 '조정계수'를 적용해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원래 조정계수는 석탄발전의 과다수익 방지 목적이나 지난해 가스발전 비중이 높은 남부발전에 조정계수를 적용해 적자를 면하게 해주는 등 발전자회사의 적정수익 배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A임원은 "LNG 민간발전사들은 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서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해 최대이익을 기록한 한전은 ‘2015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1인당 평균 2000만원에 가까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평가부분이 주로 부채감축, 정부권장정책 등 경영관리와 배전사업 등 사업관리에 집중돼 있어 발생한 결과이다. 그러나 공기업 상생지수가 있다면 과연 한전이 A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전의 설립목적은 전원개발 촉진, 전력수급 안정화, 국민경제 발전 기여라는 목적이지 최대이익 추구가 아니다. 창조경제하에서 일자리 나누기, 중소기업상생 등으로 사회적 책임과 이익분배를 강조하고 있는데 전기발전은 이익극대화만 추구하고 있으니 딴 세상에 사는 듯 하다.

한전은 이익이 줄더라도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하고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해 민간발전사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LNG 민간발전사가 도산해 전기가 부족하게 되면 또다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외국기업에 발전소를 매도하는 것은 발전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부족할 때는 민간발전사들을 끌어들이고 이제 배부르니까 나몰라라 하는 식이라면 앞으로 민간 기업의 신뢰와 협조를 얻기 어렵다. '언젠가 해주면 되겠지' 라는 식의 안일하고 고압적인 생각은 민간발전사의 부실을 가져오고 산업을 위태롭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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