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TPP '지고' RCEP '뜬다'

세종=유영호, 김민우 기자
2016.11.09 16:41

[2016 美대선]중국 중심의 거대 자유무역지대 탄생할까?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고립·보호주의 노선을 표명한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발효에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중심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통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TPP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일본 12개국이 참여해 지난해 10월 잠정 타결됐다.

이들의 GDP(국내총생산)가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1%다. 또 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7%에 이른다. TPP가 공식 발효되면 아시아·태평양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세과정 내내 "TPP는 미국의 제조업을 파괴시킨다"며 "자유와 독립을 제한하는 무역협정은 거부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도국인 미국의 발효가 지연되면서 TPP 발효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TPP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실제 발효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발효 시점을 예단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TPP가 제동이 걸리면서 RCEP의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 RCEP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등 16개 국가가 참여한다. 참여국 총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달한다.

TPP가 미국중심의 거대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것이라면 RCEP는 중국중심의 자유무역지대다. 우리 정부는 TPP 원체결국에서 빠진 대신 전략적 대안 중 하나로 RECP 협상에 공을 들여 왔다.

무엇보다 RCEP 협상 타결의 ‘키플레어’인 일본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TPP 발효를 앞둔 일본은 RCEP 협상에서 중국의 높은 수순 시장개방을 압박하며 협상 지연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TPP 발효가 사실상 무기한 연장된 만큼 무역네트워크 확장에 목마른 일본이 RCEP 타결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TPP 재검토를 선언했지만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미국에서 실제로 이 공약이 이행될지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TPP 재검토를 시사한다면 중국 중심의 RCEP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RCEP이 연내 실무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논의가 다소 지연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으로) 분위기가 변화한 만큼 참여국들의 전략적 판단으로 협상이 연내 급물쌀을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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