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게임업체 12개사에 근무하는 근로자 3250명 중 63%가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른 수당과 퇴직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지난 3~4월 장시간 근로 의혹이 제기된 국내 유명 게임업체 1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감독 결과 12개사 근로자 3250명 중 2057명(63.3%)이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평균 6시간 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 수당, 퇴직금 과소산정 등 44억여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게임산업의 특징인 크런치 모드 시기에 과중한 업무가 집중됐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장시간 일하는 것이다. 초과근로 분위기가 관행화된 것은 물론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시간보다 실제 근로시간이 많은 경우 추가적인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근로기준법 규정에 대한 이해가 없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포괄임금계약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노사 당사자간 약정으로 연장·야근·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한 뒤 매월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고용부는 체불임금 전액 지급 등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근로자 건강검진 미시행,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9개소에 대해 295만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시정대상인 A 게임사는 △올해 말까지 1300여명 근로자를 신규채용하고 △프로그램 개발 기간 연장을 통한 크런치모드 최소화 △야간 근무자 별도 편성 등을 골자로 한 '일하는 문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게임산업협회와 협의를 통해 게임산업의 자율적인 근로환경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게임 관련 협회와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크런치 모드, 포괄임금계약 등 게임산업의 공통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근로환경 개선안을 수립해, 시행하기로 했다.
협회를 중심으로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 참여를 유도해 각종 재정지원도 한다. 한 예로 장시간 근로개선 등으로 새로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을 늘리는 경우 근로자 인건비와 설비투자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올해 406억원 예산이 책정됐다.
정형우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게임산업의 특수성이 있더라도 법정근로시간 준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기본 조건"이라며 "앞으로도 근로조건 위반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기획감독 등을 통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하는 방식,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