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로]생산성 높이지만 일자리 창출은 '글쎄'

세종=양영권 기자, 권혜민 기자
2018.02.27 16:31

[MT리포트] 전문가 "정규직 늘리고 임금 낮추는 합의 끌어내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여 보자는 취지다. 생산성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대체 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나누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부에선 고용이 경직적인 상황에서 일자리가 늘어날지 의구심도 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이상을 고용하는 제조업체 1만1692 곳을 분석한 결과 2004~2011년 주 40시간 근무제(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1인당 실질 부가가치 산출이 1.5% 상승했다는 것. 특히 20인 이상 기업에 한정할 경우 노동생산성은 1.9% 높아져 영세 사업장보다는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생산성 향상이 뚜렷했다.

이같은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기존 생산 규모를 유지할 수는 없다면 신규 고용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부족을 추가 고용으로 해결할 경우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급여와 교육훈련비, 복리비 등을 합해 연간 12조3000억 원에 이른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열악한 근로 여건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추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해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기존 생산 관행을 효율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초과근무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등은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고용이 경직적인 상황에서 충분히 대체 고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로 채용을 하는 것보다 비싼 연장근로 수당 지급을 택할 것라는 얘기다. KDI는 고용을 늘리는 대신 정규근로 임금을 낮추고, 근로자들은 적정 수준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연장근로에 매달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노동 구조로는 고용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정부 방침은 노동자는 월급이 줄어들고 기업은 인건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노조나 기업 모두가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노동조합 등을 잘 설득해 정규직을 늘리고 임금 낮추자는 합의를 끌어내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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