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륭 경사연 이사장 "문제 발생 즉시 해법 내놓는 시스템 만들 것"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양영권
2018.10.04 03:20

[초대석]"포용적 경제·사회·남북관계 넘어 표용적 세계 협력정책까지 확장해야…고용지원금보다는 '노사 혁신성과'에 지원해야"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고용과 소득분배부터 폭염과 탈원전까지 정부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지만 국책연구기관은 최장 2년 사이클로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국책연구기관들이 협력해 현장감 있는 대책을 정책 결정자들에게 그 때 그 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 이사장이 소속 26개 국책연구기관들의 ‘팀워크’와 '시의성'을 강조했다. 성 이사장은 최근 서울 양재동 외교센터에 있는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연구 사이클이 길어 정부 따로, 국책연구기관 따로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협동 연구를 통해 문제를 종합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대책을 시의성 있게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 이사장은 정부의 국정 철학인 ‘포용국가’에 대해서는 “포용적 경제, 포용적 사회, 포용적 한반도 정책뿐 아니라 포용적 세계 협력 정책까지 목표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노조에 대해서는 “헤어지고 싶어도 이혼을 할 수 없는 관계”라며 노사간 정보 공유를 통해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또 기업에 고용 지원금을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경영혁신과 일터혁신을 추진하게 하고, 이런 노력과 성과에 대해 정부가 다양한 조세, 재정지원을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취임하고 8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경사연 개혁을 위해 어떤 점에 주력했나.

▶ 각 기관들의 본질이 뭔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임무가 뭔가 고민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분야별 계획을 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을 설립했다면, 이제는 연구 초점이나 관심사의 면에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추되 자발적인 각성과 노력으로 정책을 개발해서 국가가 해결할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것을 잘 하기 위해 각각의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6개 위원회를 만들었다. △세종국가리더십위원회 △미래혁신위원회 △통합정책관리위원회 △연구수월성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한반도 평화번영위원회가 그것이다. 각 위원회는 26개 연구기관들이 씨줄날줄로 참여한다. 26개 기관의 원장, 부원장, 기조실장들이 각각의 위원회에 참여, 주제별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동연구를 통해 수준 높은 통합적 정책대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시의성 있는 정책 대안 제시를 강조했다.

▶ 정부가 단기적으로 수없이 많은 현안에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이 수행하는 연구는 길게 보면 2년 주기로 진행된다. 이 ‘리서치 사이클’이 너무 길어 국책연구기관은 당장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옆에서 멀뚱멀뚱 구경하는 식이 되기 일쑤다. 이에 ‘긴급 연구지원 체계’를 갖춰서 연구기관이 역량을 투입해 현장감 있게, 긴급성을 고려해 해결책을 찾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해서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 개념으로 △포용성장연구단 △혁신성장연구단 △한반도평화번영연구단 등 3개 연구단을 구성해 격주 단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앞으로 균형발전연구단과 국제협력연구단 등 2개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포용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포용국가 이론 구성에 참여한 입장에서 방향성을 말한다면.

▶ 포용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것, 대립적인 것, 다양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기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주장을 수용하고 변증법적으로 이를 초월해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포용적 성장이란 성장을 배제한 것도, 성장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노동자와 일반 국민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넉넉한 분배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대중소기업의 관계도 약탈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 되고,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전체 가치의 총합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찾자는 것이다.

지금은 포용적 경제정책과 포용적 사회 정책, 포용적 한반도 정책을 얘기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포용적 세계 협력정책까지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소프트 파워’ 강국이다. 전세계 170여개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개도국의 발전을 도우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서 공동발전을 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기업들에게도 ‘포용’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정부가 포용사회 실현 명목으로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에 대해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 노동이사제란 정치로 치자면 독재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는 강력하게 권장할 만하다. 다만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 다양한 형태의 경영 참가가 있을 수 있겠고, 우선은 노사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을 같이 찾고 생산 방식에 대해 합의를 하면 생산 능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이 방향으로 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해 낸다면 지금처럼 최저임금이 얼마다 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노사관계는 복잡 오묘하다. 부부관계는 성격이 맞지 않으면 이혼하면 그만이지만 노사관계는 한솥밥을 먹는 관계이면서 헤어지지도 못하고 이혼을 못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기업들이 저출산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이익 극대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하면 어떨게 될까.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생산시설을 해외에 옮기거나 100% 자동화를 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이 나라의 토대는 없어지고 시장은 급속히 위축될 것이다. 기업도 국가의 장래에 대해, 청년들의 실상에 대해 공동의 재난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기업지원정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 고용지원금을 너무 많이 주는 것에는 동의를 하지 않는다. 노사가 서로 대화하고 학습하고 혁신하는 데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현재처럼 정부 지원 비중이 큰 게 옳은지 질문해야 한다. 종업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술능력을 키우는 데 지원해야 한다. 노사가 서로 대화하고 학습하고 혁신하는 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결국 기술전환과 산업전환, 고용전환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인터뷰

-최근 발표되는 고용 지표가 상당히 부정적인데, 어떻게 판단하나.

▶ 최저임금 때문에 음식·숙박, 도소매업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몇몇 사례만으로 전체가 다 그렇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거시적인 상황와 미시적인 상황에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8월 고용률이 0.3%포인트 떨어졌지만 그리 큰 숫자는 아니다. 다만 마찰적 실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직업교육 시스템이나 실업급여 시스템 등의 지원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 특히 실업급여 받는 기간을 확대하고 고용보험 가입이 되지 않은 사람도 지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주력할 점을 말한다면.

▶ 경사연 산하에 26개 연구기관이 있고 박사급만 2000 명이다. 전체 직원은 5700 명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선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너희는 왜 이런 것도 연구를 하지 않느냐'고 할 때 가 많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기존의 성과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견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 이를테면 남북관계가 급변해 남북 평화협력을 위한 플랜이 필요하다고 하자. 경사연이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일들이 수두룩한 문제들을 예견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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