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학가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을 개정(강사법)했지만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 오히려 비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을 위축시킨 것과 유사하다. 모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임용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하고, 방학 동안 임금 지급, 최소 3년간 재임용 심사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던 시간강사들을 위한 개정안이지만, 현실은 반대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인건비 부담 등을 호소하며 시간강사 대량 해고에 나섰다. 근로조건 개선을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고용이 위축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비슷한 효과를 냈다. 2017년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 8350원로 29.1%가 올랐다.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
결과는 소득 양극화와 저소득층 고용 감소로 돌아왔다. 지난달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소득 상하위 격차는 최대치를 보였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지난해 4분기 기존 17.7% 감소했으나 상위 20%인 5분위는 10.4% 증가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들이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숙련도가 낮은 서비스부문 일자리에 속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 판매업, 사업시설관리업 등에서만 지난해 1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임시직 취업자도 19만5000명 줄었다. 소득 하위 20% 중 무직가구 비중도 지난해 4분기 55.7%로 2017년 4분기에 비해 12.1%p 올랐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기 전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정책의 예상 결과를 가늠해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은 전문가의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해당사자와의 소통, 관련 분야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대화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책의 영향까지 세심하게 살펴서 설계하고 집행해야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책 설계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면서 노동계는 산하조직과 열심히 소통한 결과 걱정거리를 많이 가져오고, 그것들을 노사정 대화에 풀어놓으면서 정책에 반영했다"며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정책 변화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당사자들이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정책의 효과와 발생할법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예상하는 게 이해당사자들인만큼, 직능단체 등에서는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미리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면서 정책에 접근해야한다는 뜻이다.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개정 역시 정부와 대학, 시간강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법안이라고 하지만, 실제 강사법이 시행됐을 경우 발생할 대량해고를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부족한 사회적 대화와 정부의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은 비단 시간강사만이 아니라 줄어든 수업 때문에 학업에 지장 받는 학생들, 업무 부담이 가중된 다른 교직원들까지 다 함께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