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우한(武漢)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우환(憂患)이 찾아들었다. 올해 경기반등 모멘텀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국내에 확산될 경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과 같이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우한 폐렴 관련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방역 등을 위한 예산지원 방안과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홍 부총리는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충분하고 신속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홍 부총리는 "국내 방역 및 검역․치료 등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미 확보된 예산을 활용하여 신속히 대응해 달라"며 "국내 확산 등으로 예산이 부족할 경우에는 예비비 편성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바쁘게 움직였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설 연휴 기간 중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중국․홍콩을 중심으로 주요국 증시 및 국채금리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다소 커져서다.
이날 정부는 보건복지부까지 참여하는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고 이러한 정부내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28일에는 홍 부총리 주재로 우한폐렴 대응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도 개최키로 했다.
이처럼 연휴 마지막날 정부가 잇따라 긴급회의를 연 건 최근 우한 폐렴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서 처음 발생한 우한 폐렴은 이미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선 이날까지 확진자가 2744명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도 56명에 달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형 전염병은 직간접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깝게는 2015년 발생해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멀게는 2002~2003년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3년 확산된 사스가 그 해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0.2%)을 1%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신종플루의 경우 연간 성장률을 0.1~0.3%포인트 떨어뜨렸을 것으로 국내외 연구기관 들은 추정했다. 메르스의 경우도 2015년 GDP를 0.2%포인트 감소시켰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분석 보고서도 있다.
우한 폐렴이 국내에 급속히 확산될 경우 연초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높다. 당장 관광분야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각국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어서다. 항공, 숙박, 해운업계나 마이스(MICE·대형 박람회) 산업 등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2017년 사드갈등으로 급감한 후 최근 회복세였던 방한 중국인 관광도 악재를 만났다. 중국 당국은 27일부터 국내외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을 계기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풀리길 기대했던 관광, 유통업계 입장에선 우한 폐렴 사태가 야속한 상황이다.
소비심리 위축도 걱정스럽다.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숙박·외식, 도소매업, 스포츠·여가업 등 서비스업의 경우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100.4를 기록했던 소비자심리지수가 우한 폐렴 사태로 다시 기준선(100)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일단 정부는 현 시점에서 금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실물경제 영향이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내 확산 상황 등에 따라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확대될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불안 확대시에는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안정조치를 적기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응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정 총리는 "정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