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총지출 규모는 555조8000억원이다. 코로나19로 재정지출 소요가 급증하면서, 총지출 규모가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판 뉴딜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 저출산·고령화 대응,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수입은 정체상황이다. 내년 총수입은 483조원 중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9조2000억원(3.1%) 감소한 282조8000억원 규모다. 내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득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증가하겠지만, 올해 실적에 좌우되는 법인세 수입이 기업실적 부진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호조에 2018년 293조6000억원까지 늘어났던 국세수입은 2019년 2019년 293조5000억원, 2020년 292조원으로 점차 줄었다. 올해 추경(3차) 기준 국세수입은 279조7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국세수입은 2022년에야 296조5000억원으로 2018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또 2023년(310조1000억원)은 돼야 그간의 국세수입 감소액을 상쇄할 정도로 회복된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0~2024년중 총수입은 연평균 3.5% 증가하는 반면, 총지출은 연평균 5.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다.
돈 쓸 곳은 넘쳐나고, 쓸 돈은 모자라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채발행은 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172조9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중 적자국채만 8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올해 국가채무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46조9천억원까지 불어난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지며 2024년 국가채무비율을 59%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사정이 이렇자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거론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달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향후 경기 회복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강력히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지출구조조정과 세수기반의 광범위한 확충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여건이 양호한 수준이고, 지금은 위기극복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세입기반 확충 과제는 경기회복 이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증세 문제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근본적 증세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우리 재정이 다른 선진국이나 우리 경제력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럴(증세를 해야할)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로 만든 세금이 납들할 수 있는 형태로 쓰일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하고, 세금부담을 적절하게 나눈 설계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은퇴한 사람들이 주택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실제 사람들의 세부담 능력과 세금사이 괴리가 있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