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고속승진'에 딜레마 빠진 해수부 차관 인사

세종=최우영 기자
2021.04.20 15:44

[세종썰록] 4년만의 내부 출신 장관 배출…복잡한 박준영 후보자의 후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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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해수부 차관)가 19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에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변이 없는 한 해양수산부가 4년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을 맞이하게 됐다. 박준영 현 차관이 문재인 정부의 세번째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수부 수장이었던 김영석 장관 이후엔 줄곧 정치인(김영춘 전 장관), 학자(문성혁 현 장관) 등 외부에서 온 이들이 해수부 장관을 맡아왔다.

박 후보자는 정통 해수부 관료로 1992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해양수산분야의 거의 모든 보직을 거쳤다. 선이 굵으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일처리로 정평이 나 해수부 내부에선 이번 후보자의 지명을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차관직을 맡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속 승진'이라 할 만하다. 박 후보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등 현안 대응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그를 보좌할 후임 차관 인사까진 고뇌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부부처 차관 자리는 실장급(1급)이 승진해서 채운다. 선임 실장이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해수부 실장 중엔 선임자가 딱히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 해수부 실장은 엄기두 기획조정실장, 송상근 해양정책실장, 김준석 수산정책실장 등 3명이다. 공교롭게 셋 모두 1993년 행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한 동기들이다.

더군다나 현재 보직을 맡은 지 2~3개월 지났을 뿐이다. 송상근 실장과 김준석 실장은 올해 2월 8일 1급으로 승진했다. 엄기두 실장은 2019년 9월 1급으로 승진하며 수산정책실장을 맡은 뒤 올해 1월 29일부터 현재 보직인 기조실장을 맡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통상 관가에서는 후배 기수가 자신보다 고위직으로 올라갈 경우 조용히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차관과 실장들이 동기인 경우는 가끔 있긴 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대개는 한시적인 경우다. 대부분은 기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외부기관 등으로 후속 인사를 내는 등 '교통정리'가 되곤 한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차관을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박준영 후보자와 세 실장의 기수 차이는 불과 1년이라 중간 기수를 데려올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본부 실장이 아닌 1급을 차관에 임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해수부 조직의 1급 중에는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 원장과 김민종 해양안전심판원 원장이 있다.

해수부에 대해 끊임 없이 나오는 '수산분야 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완현 원장을 파격 임명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다만 최완현 원장은 본부 실장들보다 후배인 행시 38회다. 그가 차관을 맡을 경우 기수 문제는 더 꼬인다. 김민종 원장이 차관에 임명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해심원장 출신으로 차관이 된 사례는 2008년 이은 해수부 차관 이후 없었다.

이런 골치 아픈 상황 때문에 박준영 장관 후보자도 차관 인사에 대해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박 후보자는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임 차관 선정 기준에 대해 묻자 "제가 지금 답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박 후보자의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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