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아 미국의 '반(反)중국 외교'와 중국의 '전랑외교' 사이에 낀 우리 정부가 무역전략을 다시 짠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한국 등 동맹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 구축에 나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살 길을 찾기 위함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보호무역주의 대응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란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부는 해당 연구결과를 내년도 업무계획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번 연구용역의 목적을 "환경, 노동, 인권, 민주주의 등의 글로벌 보편가치가 통상정책에 연계되는 '신보호무역주의'의 전개방향 진단연구를 통해 한국의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신보호무역주의는 미국 등 선진국 주도의 보호무역 기조를 말한다. 과거 보호무역주의가 통상 개발도상국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된 미국의 '탈(脫)중국 무역정책'에 우리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산업부는 해당 연구용역에서 통상정책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계획이다. △환경, 노동, 인권 등 가치와 통상의 연계 시사점 △통상에서의 안보 및 민주주의 동맹 강화 시사점 △신기술 및 신산업에 대한 국제규범 및 통상정책 △산업별 동맹추진 확대 및 대응방안 △그린뉴딜 협력 및 시사점 등 13개 세부과제가 대상이다.
특히 정부는 그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언급을 자제했던 '쿼드 플러스'도 '글로벌 통상협력 방안'내 세부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쿼드 플러스는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쿼드)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등까지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반중국 동맹 성격을 갖는다. 우리 정부로선 외교·안보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손익계산을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적 경제블록'을 구축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미국은 현재 대중견제 방안이 망라된 2500억달러(약 278조원) 규모 '미국혁신경쟁법'의 상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는 '민주주의 국가간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과 맺은 원전수출동맹에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통상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불가피하다"라며 "한국의 해외의존도가 굉장히 높고, 중국 의존도가 높다고 하지만 원천을 따져보면 미국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라고 말했다. 그는 "밸류체인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여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예상되는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선) 의연한 자세를 갖고 저자세로만 대응하지 않는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