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빚내서 돈 풀고, 은행은 조이고...엇갈리는 경제정책

유효송 기자
2021.08.31 11:10

[MT리포트]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슈퍼예산안'⑤

[편집자주] 총지출 604조원, 국가채무 1068조원.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이 공개됐다. 임기를 관통하는 확정재정 기조 아래 예산 규모는 5년 사이 200조원 넘게 늘었다. 우리 세금과 나랏빚으로 꾸려질 내년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쓰일지 짚어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600조원대 '슈퍼 예산안'을 짜며 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은행은 돈줄을 조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시중은행들은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이론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운용될 순 있지만, 상반된 방향으로 집행될 경우 자칫 시장에 혼란스러운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3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 총지출은 604조4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 지출 558조원과 비교하면 8.3% 증가한 금액으로,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55조6000억원 많은 확장재정이다.

분야별로는 복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216조7000억원, 비장행정에 96조8000억원, 교육분야에 83조2000억원 등을 쏟는다.

또 정부는 올해 국민 88%를 대상으로 하는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도 추석 연휴 전에 지급을 시작한다. 규모는 11조원에 이른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분의 10%를 환급해주는 '캐시백'(상생소비지원금) 역시 10월 소비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코로나 4차 재확산에 따른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경기 회복을 이끌겠단 취지다.

한은은 반대로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지난 26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부채와 자산이 과열된 것을 되돌리겠단 의도다. 여기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인상 결정에 대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첫발을 뗐다"라는 표현을 써 기준금리 인상이 단발성이 아닌 연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같이 재정과 통화 정책이 상반된 기조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정책 미스매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고 있어 '정책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체감 물가는 통계와 괴리가 있어 집값만 봐도 실제로는 더 올랐다"며 "현재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데 추경과 확장재정을 통해 (물가 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이 아닌 폴리시 스크래치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은 연내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연 1.0%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걷힌 추가 세수를 이번에 다 써버리고 추경을 통해 국채를 발행해 유동성을 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상호 보완적인 정책 조합을 위해선 전국민 지원금이 아닌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에 맞춰 재정 정책을 집행했어야 한다"며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 산업에 지원을 해야 정책 목표가 뚜렷해진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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