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영향으로 내년 학령인구가 3% 가까이 줄어드는 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내려보내는 교육예산은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보내도록 한 현행 법 조항 탓이다. 교육현장의 수요와 무관하게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늘면서 일부 지역에선 재선을 노리는 교육감들의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사용하지 않은 예산은 4조원 넘게 쌓였다. 지방교육예산 제도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머니투데이가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만 5~20세 인구는 754만명이다. 인구구조에 큰 변동이 없는 한 이들은 그대로 내년 학령인구에 해당하는 만 6~21세 인구가 된다. 올해 10월 기준 학령인구 776만명과 비교하면 내년 학령인구는 2.8% 줄어드는 셈이다.
학령인구는 2020년 800만명 아래로 내려온 이후 매년 1%~3%씩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임여성 인구가 줄고 첫 출산시기도 늦어지는 데 따른 저출산의 영향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교육예산으로 쓰라고 내려보내는 교부금은 오히려 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4조3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53조2000억원에 비해 20.9% 증가한 규모다.
2018년 49조6000억원이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9년 55조2000억원 △2020년 55조3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강타한 지난해 예산을 기준으로 한 올해만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학령인구, 즉 교육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오히려 늘어나는 건 지방교육교부금법 조항 때문이다. 현행 지방교육교부금법 제3조는 내국세에서 목적세 등 일부 세목을 제외한 금액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져 나라의 세입이 증가하면 교육재정교부금도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국세수입을 올해 본예산 대비 19.8% 증가한 338조6000억원으로 잡은 만큼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늘면서 매년 1조원 가량의 지방교육예산이 남아돌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교육청의 보유재원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으로 시·도교육청 17곳이 보유한 돈은 4조46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19.2% 증가한 규모다. 지방교육청의 잔여 재원은 2018년 2조2360억원에서 2019년 3조3589억으로 1조원 이상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65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경기교육청이 6199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은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5521억원 △경북 4238억원 △강원 364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예산이 가장 적게 남은 지방 교육청은 제주와 전남으로 각각 337억원, 757억원에 불과했다.
매년 대규모 예산이 남는 탓에 일부 지방교육청에선 선심성 정책을 펴기도 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지방교육청 가운데 6곳이 현금과 지역화폐, 선불카드 등으로 학생 1인당 3만∼30만원을 나눠줬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9월 '온학교 교육회복학습 지원' 명목으로 학생 1인당 30만원을 줬다. 이어 인천시교육청과 대전교육청도 교육회복지원금으로 학생 1인당 10만원씩 현금 또는 선불카드 등으로 지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중1 학생 1인당 태블릿PC 1대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시·도 교육청이 과도하게 내려보낸 예산 불용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도 한다.
이처럼 예산에 여유가 있는데도 지방교육청들은 중앙정부로부터 별도의 예산까지 내려받는다. 고등학생 무상교육을 위해 올해 9431억1300만원, 내년 9094억49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교육예산과 관련, "2020년 기준으로 순세계잉여금이 1조7000억원, 교육재정안정화 기금에 2조3000억원 등 총 4조원이 아직 안 쓰이고 현금으로 남아 있다"며 "균형이라는 교육재정의 원칙과 달리 나라가 빚을 지고 이자를 내가면서 교육청에 나눠준 돈을 그냥 쌓아놓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예산의 경우 편성과 집행 뿐 아니라 감시에도 허점이 적지 않다. 매년 지출을 마치면 결산 후 국회에 보고하는 중앙부처 예산과 달리 지방교육청의 예산 집행에 대해선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지방교육재정효율성 및 건전성 제고실태' 감사보고서에서 교부금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감사원 측은 "지금과 같은 공급과잉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여건에 따라 교부금 투입을 줄이거나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며 "누적 자금을 소진하고 집행 정체 현상을 해소하더라도 자금이 계속 과다 투입된다면 여유자금이 다시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지방교육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교부율을 낮추는 등 여유자금이 누적될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교육감이 직선제로 선출되는 현 시스템상 교부율 조정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교육부와 정치권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비율을 현행 20.79%에서 2022년 20.94%, 2023년 21.02%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잉 교육예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인력을 파견하는 행정안전부와 달리 직선제 교육감 협조없이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교육부의 특성상 중앙이 지방교육예산을 견제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기적인 예산 감사는 커녕 감사원의 지방교부금 감사도 지난해가 처음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정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각 지역내 대학이나 평생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에도 이 예산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직업 또는 고령층 재교육도 강화하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