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에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습니다. 지난해 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중단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역예산 보강을 위해 14조원 규모 예산을 더 쓴다는 얘기입니다.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 지원은 응당 나라가 해야할 일인데, 왜 추경을 놓고 말이 많을까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무작정 돈풀기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탓입니다. 당장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씩 현금을 주는 건 좋지만 자칫 몇달, 몇년 뒤 국민들에게 이자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 지원금이 이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재원조달 방법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을 편성하면서 우선 11조3000억원어치 적자국채를 찍어 사용한 뒤 올해 4월 결산 이후 지난해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세수를 이용해 갚기로 했습니다.
나라는 매년 국채발행 한도를 정해놓고 매달 비슷한 물량을 찍어냅니다. 국채발행으로 오는 시장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국채를 사려는 수요보다 발행량, 즉 공급이 늘어나면 발행 조건이 안 좋아집니다. 빚을 내는데 조건이 안 좋아진다는 것은 이자율(수익률)이 오른다는 얘기입니다.
올해 1월3일 연 1.855%였던 국채 3년물 금리는 28일 오전 기준 2.2%까지 0.345%포인트(p)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 편성을 지시한 13일(1.953%)에 비해선 0.247%포인트 올랐습니다.
국채 금리는 단순히 국채 발행 조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용도가 제일 좋은 곳은 중앙정부인 만큼 국채 금리는 모든 금리의 기준점이 됩니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이 자금을 만들 때 발행하는 금융채,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가 연달아 올라갑니다.
국채 금리가 한달 새 0.3% 올랐다는 얘기는 은행의 조달 금리는 0.3%이상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은행이 개인에게 빌려주는 대출금리는 '플러스 알파'(+α)가 됩니다. 빚을 내본 사람이라면 한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금리가 0.3%포인트 넘게 오른다는 얘기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역대급으로 나랏돈을 풀었던 지난해에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지난해는 한국은행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COVID-19) 유행을 맞아 2020년 5월 0.5%로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지난해 8월까지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해왔습니다. 나라가 재정을 푸는 국면에선 중앙은행이 금리를 묶어 유동성 확대 효과를 키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 올해 1월까지 세차례 금리를 올렸습니다. 제로금리 시대는 지난해 11월 막을 내렸고, 올해 1월 한차례 금리를 더 올려 현재 기준금리는 1.25%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1.5%까지 올려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에서는 올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시점에서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금융불균형 완화와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선제 대응해야한다는 게 한은의 논리지만, 조단위 재정을 시중에 푸는 기재부와의 엇박자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금리와 물가, 자영업 지원, 가계부채 관리 등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탓에 기재부와 한은은 금리와 재정 사이 외줄타기가 아닌 송곳 위 원판에서 균형잡기를 해야할 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추경을 편성하면서 "지난해 예상보다 더 걷힌 세수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돌리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4월 지난해 예산에 대한 결산 이후에 초과세수로 국채를 갚을 것이니 문제가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추경을 위해 발행하기로 했던 11조3000억원어치 국채가 없어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드렸듯이 정부는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매달 국채를 나눠발행합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추경안 국회 심사도 시작안했지만 다음달 국채 발행 물량을 전년 대비 6000억원 늘린 14조5000억원어치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갚는 것을 감안해도 이미 국채 시장의 공급 확대는 시작됐다는 얘기입니다.
초과세수로 갚는 국채 역시 4조원이 채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수는 10조~11조원. 이 가운데 40%는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교부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나머지 가운데 30%는 공공자금상환에 써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초과 세수 가운데 3조9000억원 정도만 올해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쓸 전망입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회에 2025년까지 중기재정전망을 수정해 보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