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때 군 복무 가산점이 없다면 의무 복무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남자만 2년 이상을 허비하는 셈인데요."(서울 거주 29세 남성 취업준비생)
"남자와 달리 여자는 서른을 넘기면 취업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채용 시장에선 여성의 능력보다 나이, 외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서울 거주 28세 여성 취준생)
코로나19(COVID-19) 사태 여파로 신규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남녀 사이의 젠더 갈등이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다.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대선 승리를 위해 오히려 젠더 갈등에 불을 붙이는 게 현실이다. 청년 취준생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공공기관 채용 기준도 대선 후 새 정부의 젠더 정책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의 공약을 게재했다. 메시지의 의미를 놓고 혼선이 일자 이튿날 윤 후보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의 명칭만 변경하는 게 아니라 여가부 폐지가 맞다"고 분명히 했다. 이 공약에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윤 후보는 사흘 뒤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남녀 갈등,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비판했지만, 그 역시 곧 이어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들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국국 장병 통신료 반값 인하 △군 복무 청년 상해보험 전국으로 확대 도입을 잇달아 발표했다.
또 △호봉 및 임금 산정 시 군 경력 인정 의무화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 △예비군 동원훈련 보상비 대폭 인상 등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페이스북에서 이런 공약을 공개하며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군 의무 복무로 보낸 시간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대녀'(20대 여성)를 위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대남들의 정치적 결집력이 더 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의 젠더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공공기관의 채용 기준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상당수의 공공기관은 2017년 정부가 마련한 지침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고 있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면접 이전 단계까지는 지원자의 성별·학력·출신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성별에 편중된 채용은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이 법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공공기관 채용의 성차별을 막는 제도적 장치에는 허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2018년 마련한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은 면접 응시자의 성비를 기록·관리해야 한다. 면접 단계에선 성별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응시자의 성비를 각 기관이 자체 집계하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면접 대상자 중에선 높았던 여성 비율이 최종 선발자 중에선 크게 낮아졌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 중 43%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말 '공공기관 채용 공정성 점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공공기관이 응시자 성비를 집계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있다"며 "향후 문제가 있는 사례가 발견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채용이 특정 성별에 편중되지 않도록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공사는 대학교 졸업자 공개채용 시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정 성별의 비중이 20%에 미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계속 추가 모집을 한다"며 "다만 서류전형 단계에 한정된 것으로 최종 채용 시 성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서류전형 단계에서 경력단절여성에게 가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다수의 공공기관은 이런 시스템 없이도 과거 문제로 지적됐던 남성 중심의 채용 현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간한 '공공기관 균형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내 여성의 비중은 2014년 25.9%에서 2020년 33.3%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의 여성 신규채용 비율은 42.6%에서 45.7%로 올랐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채용 때 우수한 점수를 받는 여성이 워낙 많다"며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뽑혔던 것은 과거의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