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의 역사, 그리고 오스테드 [우보세]

세종=민동훈 기자
2022.02.16 07: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구한말 주한 미국 공사의 고종 황제 접견례를 재현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문화재재단

#"운산금광을 미국회사에 주십시오." 일본과 청나라 간섭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환심을 사려던 고종황제는 1895년 주한미국공사 호러스 뉴턴 알렌의 조언에 따라 순순히 광산채굴권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R. 모스에게 넘겼다. 아시아 최대 금 생산지였던 운산금광은 그렇게 열강의 손아귀에 들어가 일제강점기 시절까지 금 수탈 전진기지가 됐다. 운산금광에 이어 경인선 철도부설권도 알렌과 모스를 거쳐 결국 일본에 넘어갔다. 자금도 기술도 없던 약소국 대한제국 입장에선 어떻게든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열강들 입장에서 대한제국은 상처입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한반도의 광산, 산림, 어업 등 이권을 쟁탈해갔다. 혹자는 구한말 열강들의 한반도 침탈을 근대화의 계기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대한제국의 몰락을 가속화했고 종국엔 일제 병합으로 이어졌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울산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해 주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페인 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5.6/뉴스1

#2018년 10월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은 라스 뢰케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재생에너지 및 녹색경제로의 이행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1년후 세계 해상풍력 1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는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인천앞바다에 1.6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짓겠다며 8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해 국회는 법까지 바꿔가며 기간산업인 전기판매업을 외국기업에 열어줬다. 최종 사업허가를 받아내면 오스테드는 30년간 수십조원의 수익을 독점한다. 사정이 이러니 탈법, 불법 시비에도 꿈쩍 않는다.

인천 앞바다 뿐이 아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사업에도 글로벌 기업인 쉘, 에퀴노르 등이 뛰어들었다. 베스타스, OW 오프쇼어, 노스랜드파워 등도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2030년까지 계획된 국내 해상풍력설비만 12GW에 달해서다. 건설과 운영까지 더하면 100조원짜리 시장이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낡은 전기사업법 탓에 재생에너지 진출이 막힌 한국전력공사는 수십조원짜리 사업을 눈 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고 있다. 이대로라면 구한말 철도부설권, 광산채굴권을 열강에 팔아넘긴 대한제국과 무엇이 다른가.

#역사는 반복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구한말 대한제국은 힘이 없었다. 중국과 일본에 치여 외교력은 없느니만 못했다. 경제력과 기술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매국의 역사'였다. 지금은 다르다. 경제력으로 보자면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기술력도 제대로 된 투자와 지원이 있다면 곧 따라잡을 수 있다.

부족한 경험과 실적은 채워주면 된다. 10년 전만해도 대표적인 화석연료 기업이었던 오스테드가 어떻게 세계 최대 풍력기업으로 성장했는지 보고 배워야 한다.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풀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반복되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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