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펼쳤던 대책들에 대해 스스로 '낙제점'을 줬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했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정권 말 튀어나온 정부의 '자기반성'을 두고, 일각에선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실용주의'로 노선을 갈아타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자체평가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및 주거부담 경감(부동산 시장 대책)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가계부채 관리 대책) △사법행정분야 예산지원의 효율성 제고 △외교분야 투자 효율성 제고 △국제 정책공조·금융협력 강화 등 5개 과제에 최하 평가등급 '부진'을 부여했다.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 대책에 최하 평가등급을 준 것과 관련, "지난 연말부터 (주택)시장 안정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나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평가 배경을 밝혔다.
정부가 스스로 부동산 대책에 최하등급을 준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2020년 정부는 6.17·7.10 대책 등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다수를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당시 기재부는 부동산 시장 대책에 최하등급을 주진 않았다. 오히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주택공급 방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며 자평했다.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대해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2020년(다소 우수) 대비 평가등급을 4단계나 낮춰 최하등급을 줬다. 정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 등 두 차례에 걸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COVID-19) 재확산과 부동산 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에 한계가 있었다"며 평가 배경을 설명했다.
연간 가계부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2022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1년 사이 7.8% 증가했다.
중요한 건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꼽았다는 것이다. "집값을 잡지 못하면 결국 가계부채 증가도 막긴 어렵다"는 야당(국민의힘)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야당에서 주도적으로 이런 논리를 펴온 의원이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이라는 사실과 과연 무관할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국민의 힘)는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의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인데, 위험선호·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등을 말해 국민을 탓한 것 아니냐"고 질타한 바 있다.
다음 달 출범할 새 정부가 채택할 경제정책 방향은 '실용주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첫 워크숍에서 "새 정부 국정과제 세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용주의이고 국민 이익이다. 다른 건 생각할 게 없다"며 "제일 중요한 건 경제"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선 이념보다 실리, 철학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정책당국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