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신산업 규제가 국내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신생 비상장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타다'의 승차공유와 같은 새로운 운송 서비스가 규제에 발목 잡히면서 시민들은 고질적 택시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미 채택한 원격의료 역시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새 정부가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천명한 만큼 향후 신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스타트업·벤처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주요 신산업 규제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개혁 사업인 규제샌드박스 승인 사례는 2019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632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법률 개정까지 이어져 '실질적인 규제개선 완료'로 볼 수 있는 경우는 20%(129건)에 불과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인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일정기간 뒤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계는 규제샌드박스 제도 활성화를 위해 신속한 심의·법령개정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심의 기한, 규제 법령 개정 완료 기한 등을 설정해 스타트업의 신속한 제품·서비스 출시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 정부도 제도를 전면 개편해 '규제샌드박스 플러스'를 시행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저조한 규제개혁 성과가 유니콘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계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총 12개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1051개)의 1.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GDP의 약 1.9%를 차지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이다.
그간 정부가 신산업 규제완화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것은 대개 전통산업의 반발 때문이었다. 2019년 '택시업계-타다'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운송서비스 플랫폼 타다는 2018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가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사업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타다 금지법의 골자는 차량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도입할 필요가 있는 신산업으로 '원격의료'도 거론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8개국 중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스위스 △터키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의료법은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비대면 진료 관련 법적 근거는 부재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1997년부터 원격의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9년 기준 미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약 24억달러(약 3조143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1999년 원격자문 수준의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2019년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약 39억달러(약 5조11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신산업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최근까지도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화를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이 대표적이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에 대해 경총은 "과도한 규제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소비자 후생도 저하된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는 이런 의견을 수렴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자율규제'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선을 추진하려면 '기준국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준국가제는 벤치마킹할 만한 국가를 정한 이후 규제 수준을 해당 국가에 맞추는 것이다. 경총이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규제개혁 정책과제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기준국가제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전문가는 51.5%로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