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의료 인력 확대 등을 의사단체와 논의해 정하기로 했지만 이 협상이 20일 넘게 중단됐다. 간호법 제정과 일명 '중범죄 의사 면허 취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게 되자 이에 반발한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협상 자체를 거부한 때문이다. 정부는 의협의 의정협의체 복귀만 기다리고 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일각에선 현안이 시급한 만큼 새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16일 지역 의사 부족, 필수 분야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로 예정됐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는 결국 진행되지 않았다.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 법안 7건이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직접 회부된 데 반발하면서 의협이 불참을 통보한 탓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에 협의체 복귀를 공식 요청했지만 의협은 재차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현안 협의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간호법이랑 의료인면허취소확대법으로 새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이에 대해 총력 대응을 주문한 상황이라 당장 현안협의체에 응하기 어렵다"면서 "언제 협의체에 참석하게 될지 기간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필수 의료 대책에 꼭 필요한 의료 정원 확대 논의도 중단되고 관련 대책 마련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의협의 참석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과 의대 정원 관련 협의를 하려는 것인데 현재 의료 인력 확대 정책 관련 정해진 일정은 없고 의협과의 대화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간호법 관련 갈등으로 의료 대책 논의가 중단된 만큼 간호법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고 본다. 복지부는 국회의 간호법 제정안 본회의 직회부 결정에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의료 현장의 직역 간 협업이 중요한 상황에서 간호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는 보건의료직역 간 협업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 논의 자체를 기피하기 위해 간호법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민단체에선 정부가 새 논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대한민국이 의사 수가 부족해 무너져가는데 의협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의사 수를 늘리기 싫어 온갖 핑계를 대면서 논의를 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재 의사단체만 참여하는 의정 협의로 부족한 의사 인력과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논의가 막혀있다"며 "사회적 논의체를 구성하고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문제가 대두된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전공의 확보율이 2020년 68.2%에서 2022년 27.5%로 크게 줄어 대학병원 등에서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1명당 소아중환자 수는 일본이 1.7명인 반면 한국은 6.5명으로 의사 수도 부족하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소아청소년과는 3308개에서 3247개로 61개 감소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병원 운영이 어렵다며 오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을 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일반의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 따르면 2025년 성·연령을 감안한 활동 의사 공급이 수요 대비 5516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엔 이보다 더 늘어난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공급이 각각 모자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