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가사근로자, 최저임금보다 싸게"…외국인 근로자 고용 '모순'

세종=조규희 기자
2023.06.14 15:40

[MT리포트]일자리 '外人'시대②고용노동부 정책 살펴보니...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없으면 안되는 존재가 됐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증가한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에선 이미 주요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체 불가능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피할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 증가와 맞물려 최저임금 적용 배제와 인권 유린 문제 등이 대두된다. 머니투데이가 외국인 근로자 시대를 살펴본다.
1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태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외국인 노동력은 저출산과 경제활동 인구 감소가 확연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자동화, 기계화로 인력 부족분을 메꾸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난 해소'와 '비용 절감'의 모순된 조건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대한다. 자칫 국제사회의 비난과 각종 제소 등 '노동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경제활동 인구는 87만9000명이다. 이중 취업자가 84만3000명 수준으로 거의 대다수 외국인이 한국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COVID-19) 시대, 더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을 찾는다. 고용부에 따르면 비전문취업비자(E-9)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지난 5월 기준 21만8659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22만3058명)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12월 15만명선까지 주저앉았다가 지난해 12월 20만명선을 회복한 뒤 증가 흐름이다.

이들의 임금은 수준은 한국인 근로자와 비슷하다. 통계청과 법무부의 '2022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한국인 근로자와 근로시간별 임금 수준'이 △매우 많음 3.6% △약간 많음 13% △비슷함 75.3% △약간 적음 4.2% △매우 적음 0.8%로 조사됐다.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말 입국자 20만명 기준 △100만원 미만 200명 △100만원 이상 ~ 200만원 미만 1만6100명 △200만원 이상 ~ 300만원 미만 13만9500명 △300만원 이상 5만3400명이다. 지난해 최저시급 9620원 기준, 하루 8시간 주5일로 월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201만580원이 평균 월급이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해 산업·서비스 현장의 인력 부족분을 채우자는 말은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을 앞두고 관련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출산 해법과 맞벌이 부부의 육아 조력, 경력단절 여성 지원 차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펼치자는 주장이다. '영어가 가능한 외국인 도우미를 값싸게 고용해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각자의 사회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E-9 비자에 포함하는 한편 이들의 관리를 가사 서비스 인증 기관을 통해 시범 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은 근로자 교육, 체류 관리, 서비스 품질 관리, 근로자 고충 해소, 근무 상 발생한 파손 처리 등의 업무 영역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1일 오후,경기도 포천시 시설작물재배 농가를 방문,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스1

문제는 임금 수준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겐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 취지가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 부담을 덜고,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 저비용으로 육아와 가사 도우미의 혜택을 받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관점에서 저출생과 경력단절 회복, 맞벌이 부부를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숨 쉴 틈'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같은 방향성은 국제사회에서 '노동'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보장 등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국가간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기본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에서 특정 국가 근로자를 배제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제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른 국가 근로자의 임금과 생활 수준이 국내 상황과 다르다는 이유로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또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보내는 각국과의 협상도 난제다. 우리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까지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관련 시범 사업과 관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책 수립 후 각국과의 본격적인 협상과 교섭이 이어지는 데 상대국이 '최저임금 적용 배제'라는 불평등 조건을 수용할 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개방적이면서도 사회 통합 요소를 고려하며 장기적인 안목의 외국인 고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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