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관련 38개 건물과 시설물의 60%를 철거했습니다. 현재는 원자로와 터빈 건물이 남아있습니다. 기존 원전 부지에 SMR(소형모듈원전) 건설을 고려해 기자재 창고 등은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원전 해체가 진행 중인 미국 뉴저지주 오이스터크릭 발전소를 방문했다. 해체 주관사인 홀텍은 2018년 9월 원전 가동 중지 후 소유권 이전 등을 거쳐 2019년 본격적으로 해체작업에 착수했다.
해체 주관사인 홀텍의 패트릭 오브라이언 홍보실장은 "2018년 9월 원전 가동 중지 이후 소유권 이전 등을 거쳐 2019년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구 정지 원전의 옵션은 크게 3가지다. 사람의 손길이 아예 닿지 않을 만큼 일종의 '무덤'을 만드는 것, 가동 중단부터 60년이 도래할 즈음 해체를 시작하는 것, 영구 정지와 동시에 해체 과정을 밟는 것 등이다.
홀텍의 패트릭 오브라이언 홍보실장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제안하는 3가지 선택지 중에서 우리는 경제적 이유와 현실 여건을 고려해 원전 중지와 동시에 해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즉시 해체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적 자원'이다. 패트릭 실장은 "현재 원전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이 누구보다 해당 원전을 잘 알고 있고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험이 없어지기 전에 해체 과정에 활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 절차의 간소화, 연방 정부?주 정부의 지원도 적잖은 힘이 됐다. 미국의 원전 해체는 △원전 인수 자본력 △해체 기술 등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가능하다. 패트릭 실장은 "NRC의 승인을 받으려면 해체 기술력을 갖고 있는지 입증해야 하고 또한가지는 원전 인수와 해체에 필요한 재정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보통 이 과정이 18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NRC는 원자력 규제기관이지만 관련 업계와 사전 조율 과정을 거쳐 문제점을 조언하는 등 규제보다 진흥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 해체 절차와 규정이 복잡한 한국과 대비된다.
원전 해체 과정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자로가 설치된 주 건물과 터빈 건물을 제외한 건물부터 철거한다. 방사능 노출이 적은 건물 등을 우선 철거하면서 주요 건물의 제염을 실시한다. 총 해체 시간을 단축하는 셈이다. 이날 둘러본 현장에는 철거된 부지에 제염한 원자로의 일부분을 원전 밖으로 이동하기 위해 보관 중이었다.
오이스터 크릭 원전의 송·배전 시설은 철거 대상이 아니었다. 건물과 시설 상태도 언제든 전력을 내보낼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원전 해체와 함께 진행할 SMR 건설을 고려한 조치였다. 사무동과 창고 등도 철거하지 않는다. 패트릭 실장은 "송배전과 관련한 서브스테이션은 향후 (SMR) 인프라로 재활용 할 수 있는만큼 철거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전 부지 내 한 편에는 철거 잔해물 등이 쌓여있다. 제염이 덜 끝나 보관 중인 것인지 묻자 해체 관계자는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근, 콘크리트 잔해물의 25~30%를 재활용한다"며 "(부지 내 건물 잔해물은) 이곳에서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활용하기 위해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검사 후 철거된 건물 잔해물은 인근 공사현장에서 재활용된다. 손상이 덜한 철근 등도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해체 관계자는 "환경 보호 차원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점차 원전 해체에 따른 부산물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사용후 핵연료 저장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해체가 한창인 오이스터 크릭 원전 부지 한 편에는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캐니스터, 볼트 등 건식 저장 시설이 따로 존재했다. 패트릭 실장은 "중간저장시설이 마련되기까지는 부지 내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뉴멕시코주와 텍사스주에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두고 논의 중이다. 홀텍과 관련 업체는 8년에 걸쳐 연방정부와 관련기관으로부터 중간저장시설 관련 허가를 받았으나 주 정부가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패트릭 실장은 "관련 사안을 법적 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지만 아직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