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집 입소 대기와 소아과 오픈런

이창명 기자
2023.12.18 05:4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가 붐비고 있다. 2023.12.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첫돌이 지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육아 가정들의 숨가쁜 아침 일정에 대해 매일 보고 듣는다. 특히 우리처럼 직장 어린이집도 없고, 가까운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한 맞벌이 가정에 관심이 많이 간다. 가까이 사는 부모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아이를 아침부터 차량에 태워 다른 동네 어린이집에 직접 바래다 주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른 단지까지 데려다 주는 부모들은 매일 아침이 전쟁이다. 이게 몇 개월 정도만 버티면 해결되는 일이라면 꾹 참고 견뎌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을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어린이집 대기번호를 받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10번대 대기 순번이 앞당겨졌는지 확인해보면 되려 순번이 뒤로 밀려 있다. 다자녀가구 등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 물으니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거나 먼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빈 자리가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집 앞에 있는 어린이집에는 5년이 지나도 보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저출산 시대라고 하길래 내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소아과에 보내기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우선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전국의 어린이집 수가 급감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9년 3만7371개이던 어린이집이 지난해 3만923개로 줄었다. 육아를 위한 각종 투자와 인프라가 줄면서 남은 자원을 두고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네 소아과 '오픈런'을 경험해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부모들은 아이의 진료 예약시간을 잡아두기 위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역시 저출산으로 인해 소아과가 부족해진 탓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소아과도 더 사라진다면 앞으로 육아 가정들은 더 먼 어린이집에 자녀를 데려다 줘야하고, 더 일찍 소아과 문앞에서 줄을 서야할 지 모른다.

이 같은 상황을 피하려면 결국 출산이나 육아 관련 인프라를 좀 더 넉넉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저출산 시대에도 출산을 이어가는 소중한 가정의 부담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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