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농자재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 가을철 하우스필름 수요 집중까지 예상되면서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한 달간 운영한 민·관 합동 현장 애로 해소 지원센터에 접수된 94건 가운데 실제 영농 차질이 우려되는 42건을 별도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분야별로는 △비료 16건 △멀칭·하우스필름 15건 △포장재 5건 △면세유 5건 △화훼 1건이다.
비료는 봄철 파종·정식 시기에 수요가 집중되는 필수 농자재인 만큼 농가의 민감도가 높다. 이달 27일 기준 판매 물량은 전년보다 30% 이상 공급된 상태지만, 일부 지역농협에서는 일시적인 재고 부족이 발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체 공급량은 충분하지만 지역농협별 재고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며 "재고 부족이 확인된 지역농협 13곳에 우선 공급 조치를 실시하는 등 현장 애로가 접수되면 즉시 물량을 조정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용 필름 공급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농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농협, 석유화학업체가 원료를 우선 배정하고 생산 확대와 지역 간 물량 조정을 추진한 결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지역농협 187곳에 대한 지원을 완료했다.
다만 하반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하우스필름은 연간 수요의 70%가 9월 이후에 집중된다. 가을철 시설하우스 신축·개보수 수요가 본격화되는 데다, 여름 태풍 피해에 따른 교체 수요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포장재도 하반기 변수로 꼽힌다. 원료인 나프타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정세와 국제 물류 상황에 민감하다.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500달러 수준에서 최근 800~90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중동 사태 여파로 올해 3~4월에는 포장재 원료 수급이 평년 대비 70~80% 수준까지 감소했다. 최근 정부 대응과 추경 지원에 힘입어 85~90%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중동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부담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길어질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누적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공급 불안에 대비해 대체 포장재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3일까지 수도권 주요 하나로마트 8개 매장에서 종이봉투 15만 장을 활용해 오이·애호박·청양고추·가지 등을 개별 포장 없이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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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경영 부담도 커지면서 면세유 지원도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29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농업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한도를 면세경유 기준 리터당 138.4원에서 176.2원으로 37.8원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3775억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1982억원을 비료·사료·면세유·농식품 수출 지원 등에 편성했다. 사료구매자금은 전체 650억원 중 590억원을 집행했다. 3~4월분 유가연동보조금 102억원도 지급을 완료했다. 또 72억원 규모의 농식품 수출바우처 사업을 통해 다음 달부터 본격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농자재 수급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분야별 상황을 상시 점검해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현장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통해 신속히 공유해 달라"고 당부했다.